작은 운명 (178)

 

하늘천주식회사의 박천순 상무는 55살이었다. 젊었을 때 어느 항공사의 스튜디어스를 지냈다고 하는데, 외모로 봐서는 분명히 그랬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제복을 입고 찍은 사진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녀가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수많은 사진들은 모두 동남아 여행갈 때 비행기 앞이나 공항에서 찍은 것인데, 캐주얼한 복장이었다.

 

사람들이 옛날 화려했던 시절, 멋있는 승무원복장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면, 가지고 있던 사진을 보관하던 앨범을 도둑이 집에 침입해서 모두 훔쳐갔다고 말을 돌렸다.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도둑놈이 위험을 무릅쓰고 물건을 훔치러 들어왔으면 현금이나 패물 등 값나가는 물건을 가져가기도 바쁠텐데, 남의 사진 앨범을 무겁게 들고 가나?’ “아마 도둑놈이 시간이 남아서 한가롭게 앨범을 구경하다가 너무 미인이라 모셔간 것이 아닐까?‘ ”요새는 세상이 하도 이상해서 그런 정신 나간 미친 도둑놈도 있다고 하네요.’라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약간의 의문은 남지만, 그래도 박 상무가 자신의 무용담을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승무원을 잠시 동안이라도 했던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박 상무는 자신의 빼어난 미모 때문에 주로 First Class를 담당했고, 그것도 뉴욕이나 파리 등과 같은 노선 좋은 곳만을 맡았다고 했다. 그래서 동남아 노선이나 국내선에 대해서는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박 상무를 만날 때마다 항공사 이야기와 자신이 모셨던 유명 인사 이야기, 그리고 스튜디어스들의 애환을 들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비행기를 타고 수없이 외국을 드나든 것처럼 착각에 빠졌다. 박 상무의 말을 요약해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최상급의 손님들은 모두 우아하고 품위가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의 4배 가까이 되니까 보통 사람들은 평생 가야 한번도 탈 수 없다. 비즈니스석은 이코노미 승객이 탈 때 지나가면서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할 기회가 있다.

 

그러나 퍼스트 클래스석은 차단되어 있어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들어가고 나가는 입구와 출구 자체가 구별되어 있다.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으면, 자연히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게 되고, 없는 사람을 무시하고 우습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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