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79)
그래서 박 상무도 승무원 생활할 때는 그랬다. 퍼스트 클래스에서 일을 하다가 이코노미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들어가는 순간부터 짜증이 났다.
그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박혀서 아우성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아프리카 노예선에서 노예들이 짐짝처럼 실려있는 것 같았다. 퍼스트는 조용한데, 이코노미는 시끄러웠다.
식사시간에는 갑자기 기분 나쁜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해서 마스크를 해야 하는데, 근무시간에는 승무원이 마스크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견디기 어려워서 나중에는 꾀를 냈다.
식사 시간이 되면, 귀에 넣는 작은 귀막이를 콧구멍에 넣었다. 양쪽 코를 그 코막이로 막아놓으면 식사 시간에도 덜 괴로웠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음식 냄새 때문에 나중에는 직업병에 걸려 산재청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박 상무는 미국 교포로부터 미국 교도소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린 일이 있었다. 한국 교포가 법을 위반하거나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 미국에서 교도소에 가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국 사람이 서울구치소에 가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한달 동안이라도 미국에 여행을 가면 구경을 하고 놀아서 좋은 점도 많지만, 일상의 생활은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다.
먹는 것, 자는 것, 기타 생활의 편의시설 등에서 한국에서 익숙했던 것에서 떠나 있는다는 것은 정말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가장 힘든 것은 한국 사람이 미국 교도소에 들어가면 언어도 문제지만, 음식이다. 한국 사람은 기본적으로 밥에 김치가 있어야 하는데, 미국 교도소에서는 모두 양식이다. 햄버거나 미국식 음식뿐이다. 그리고 우유를 준다.
이런 음식 냄새로 찌들은 교도소 구내식당이나 감방 안에서 24시간 생활한다는 것은 지옥이다. 처음에는 배가 고파서 그런대로 먹게 되지만, 보름만 지나면 정말 지겨워서 그런 음식은 쳐다볼 수도 없다.
그렇다고 죄인 주제에 한국식으로 김치와 고추장을 달라고 했다가는 그날로 독방에 감치된다. 아니면 같은 방에 있는 고참을 시켜 다리를 부러뜨리거나, 이빨을 세 개 부러뜨린다. 세 개를 부러뜨리는 이유는, 하루 세끼를 먹어야 하는 교도소 규칙 때문에 그렇다.
감방 안에서 정말 목숨을 걸고 독하게 대들면,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죄수들은 신참의 눈을 멀게 해버린다. 한쪽 눈만 멀게 해버리면, 그런 사실이 교도소에서 순식간에 소문이 퍼져서 신참들은 고참들을 하늘처럼 우러러 들게 된다. 그러면 교도관은 가만히 있어도 교도소 규율이 저절로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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