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86)
하늘천주식회사의 맹을성 사장은 술을 마시고 갑자기 그것이 하고 싶어졌다. 평소에는 늘 사전에 미리 약속을 하고 갔는데, 그날은 아무 연락도 하지 않고, 택시를 타고 곧 바로 영미의 오피스텔로 갔다.
영미는 없었다. 전화를 해도 전원이 꺼져 있었다. 맹 사장은 화가 단단히 났다. ‘분명, 어떤 젊은 놈과 있는 게 확실해!’ 음성 메시지를 남겨놓아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오피스텔 부근 커피숍에서 기다렸다. 30분이 지나도 아무런 응답이 없자, 맹 사장은 밖으로 나왔다. 오피스텔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이 다름 아닌 현식이었다. 현식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오피스텔 앞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아니, 김 과장 아닌가? 이 늦은 시간에 여기는 왠 일인가?”
“아니, 사장님 아니세요.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아냐. 이 부근에서 사람들 만나 술을 한 잔 하고, 이제 들어가는 길이야? 술을 많이 했구먼. 조심해서 들어가.”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맹 사장은 그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문득 수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저 놈이 영미와 내통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혼자 살고 있는 총각이니까 영미를 좋아하고 서로 사귀고 있는 것 같기고 하고.’ 맹 사장은 순각적으로 아차 싶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내가 영미를 너무 믿고 있었구나, 저 놈이 분명 범인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맹 사장은 다시 택시를 돌려 오피스텔 건너 편에서 내렸다. 그리고 동정을 살폈다. 영미나 김현식 과장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매복을 하고 수색을 해야 했다.
맹 사장은 젊었을 때 군대에 끌려가서 돈도 없고 빽이 없었기 때문에, 보병 최전방 부대에 배치되어 고생을 죽도록 했다. 맹 사장이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고 돈도 있고, 빽이 있는 상태가 되어서 보니까, 그동안 맹 사장이 고생하고 있던 시절에 수많은 정치인, 고위 공직자, 돈 많은 사람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역비리가 그토록 심각했던 것인지 미처 몰랐다. 하기야 참새떼가 기러기들이 높은 창공에서 날아가면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턱이 없는 노릇이었다.
어떤 사람은 대통령후보로 유력한 상황까지 올라갔다가, 아들 병역비리문제도 선거에서 패배하였다는 뉴스도 보았다.
그리고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나라에서 군대를 어떤 이유에서든지 안 갔거나 못 갔으면 조용히 살지, 군대 가서 고생하고 온 맹 사장 같은 사람 기분나쁘게, 면제받은 사람들이 날뛰면서 국회의원, 장관, 체육대학 교수, 스포츠협회 회장, 재벌이 되어 잘난 척하고 있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군대 갔다온 재향군인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TV에서 정치인들 병역면제 이야기만 나오면 맹 사장은 폭탄주를 10잔 연거푸 마시고 울분을 토하면서 내장으로부터 음식물을 토했다.
하지만 그렇게 몸을 상해가면서 울분과 음식물을 세상 밖으로 토해내보았자. 세상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장관후보자는 병역면제자로서 면제사유가 불분명했고,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청문회에서 당당하게 답변하는 장면이 나왔다. 군대는 가지 않았지만, 테니스나 골프는 프로 선수 이상의 실력을 자랑하는 사람이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작은 운명’ 이야기 (0) | 2019.06.12 |
---|---|
작은 운명 (187) (0) | 2019.06.12 |
소설, ‘작은 운명’에 관하여 (0) | 2019.06.11 |
작은 운명 (188) (0) | 2019.06.10 |
작은 운명 (187) (0) | 2019.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