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87)
맹 일병은 군대에 있을 때 상급자로부터 기합도 숱하게 받았다. 어떤 때는 너무 심한 기합을 받다가 기절하기도 했다. 그때는 죽을 땐 죽더라고 기절해서 의무실로 실려가고, 그 힘든 유격훈련에서 빠지니 살 것 같았다.
의무실에 누워 있는 동안 동료 병사들이 무시무시한 유격장에서 뺑뺑이 도는 모습을 떠올리고 있으니, 기분이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좋았다.
특히 맹 사장을 괴롭히던 최 상병과 정 상병은 아예 훈련을 받아가 다리가 부러졌으면 하는 희망과 소망을 가슴 속에 간절하게 품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 유격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최 상병과 정 상병은 훈련 성적이 좋았다고 포상휴가를 가게 되었고, 동료로서 가장 아끼던 공 일병의 왼쪽 다리가 부러져서 기브스를 하고 있었다.
맹 사장은 당시 일병이었는데, 공 일병과 너무 친하게 가깝게 지내 다른 사람들이 볼 때 혹시 서로 사귀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당시 맹 일병과 가깝게 지내던 동료는 공 일병과 이 일병이 있었는데, 세 사람이 너무 붙어 있어, 사람들은 ‘맹꽁이’ 삼형제라고 불렀다. 세 사람의 성씨가 ‘맹, 공, 이’라서 그런 것이었지만, 실제로 세 사람은 군대에서 고문관 역할을 할 정도로 맹꽁이였음은 틀림 없었다.
그래서 세 사람이 붙어 있으면 고참 병장들이 지나가다가 맹꽁이 삼형제의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씩 세게 내리쳤다. 그 이유는 그렇게 뇌세포가 집중되어 있는 두부에 충격을 주기적으로 주어야 뇌세포가 활성화되어 맹꽁이에서 지혜로운 개구리로 진화될 수 있다는 이론에서였다.
병장들은 맹꽁이들이 빨리 개구리로 신분 상승되지 않으면, 그토록 졸병들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하고 아끼는 자신들이 제대한 후에 다른 고참들이 계속해서 맹꽁이들의 소중한 머리를 자꾸 때리고 주물럭거리면 개구리는 커녕 늙어빠진 올챙이로 전락할 것을 심각하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맹 일병이 미워하고 증오하던 상병 두 사람은 아무 일이 없고, 공 일병이 사고를 당한 것을 보고, 맹 일병은 이 세상에는 정의도 없고, 하나님도 믿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가졌다.
오로지 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고, 힘 없는 사람은 다리가 부러진다는 그릇된 믿음에 빠졌다. 그래서 맹 일병이 기절해서 유격훈련을 중단한 것은 하나님의 뜻이며 마귀와 사탄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주고 보살펴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건이 주된 계기가 되어 맹 사장은 군복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다음 한 동안 교회에 열심히 다녔다. 교회를 다니다가 같은 교회에서 봉사를 열심히 하는 청년부 여신도를 성추행한 사실로 교회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그 후부터는 철저한 무신론자가 되었다.
맹 사장은 전방에서 매복 수색임무를 오랫동안 담당하였다. 최전방 철책선 안에 들어가서 풀밭에 가만히 앉아서 밤을 새운다. 저녁 식사를 한 다음, 얼굴과 손에 숯검뎅이로 까맣게 칠하고, 무장을 하고 들어가 군데 군데 앉아서 매복을 시작한다.
혹시 침투해오는 적군이 있는지 감시하고 수색하는 것이다. 그런 매복은 죽도록 힘이 들었다. 봄이나 가을에는 그래도 괜찮지만, 한 겨울에는 그 추운 동지섣날에 난방기구 없이 벌판에 한 밤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동상에도 걸리고, 추위를 견디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때는 차라리 조용히 호흡이 멈추고 심장 박동이 정지하고, 뇌세포가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래서 고통 없이 편안하게 천국으로 올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한 여름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오듯 흘렀다. 군복을 입고 철모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무더위는 3배로 증폭되었다. 게다가 맹 일병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고생하고 있는데, 모기는 자신의 증식을 위해 단백질을 보충한다면서 모기 종족을 지키기 위해 맹 일병의 피를 빨아먹기 위해 목숨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깜빡 졸다가 한 놈에게 물렸으면 그만 이지 다른 부족의 모기들이 줄을 지어 달라들었다. 그렇다고 매복에서는 침묵과 무소음이 철칙이기 때문에 모기를 손바닥으로 쳐서 때려잡을 수도 없었다.
소리가 나면 적에게 위치가 노출되어 사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적의 총에 맞아 죽는 것보다는 모기에게 물려 혈액의 극소량을 제공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맹 일병은 이렇게 많은 모기에게 피를 주느니, 차라리 적십자단체에서 하라고 하는 헌혈을 많이 하고 군에 올 것 그랬다고 후회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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