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88)
맹 사장은 긴장한 상태에서 영미의 오피스텔 주변에서 계속 매복수색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건물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지만, 잠시도 오피스텔에서 눈을 뗄 수는 없었다.
문제는 비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는 것이 큰일이었다. 더군다나 밤에 소나기가 내리니 길 건너편에서 영미가 언제 나타날 지 놓칠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었다.
김현식 과장도 왠 일인지 자리를 뜨지 않고 오피스텔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 과장은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맞는 것처럼 보였다.
회사에서는 담배 핀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이상하게 김 과장이 가끔 담배를 뻐끔거리는 게, 먼 곳에서도 새빨간 담뱃불이 번쩍번쩍 도깨비 불처럼 나타났다.
밤 12시가 조금 넘어서 마침내 어떤 택시가 오피스텔 바로 앞에 정차하더니 하얀 색 옷을 입은 영미가 내렸다. 그러자 김 과장이 곧 바로 마중 비슷하게 쫓아가고, 두 사람은 길에 서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하늘은 영미 편인지, 영미가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부터 비는 완전히 멈추었다. 미세먼지를 깨끗이 씻어간 덕분에 맹 사장은 아주 선명하게 영미와 김 과장 두 물체를 볼 수 있었고, 두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 동작을 관찰할 수 있었다. 굳이 망원경도 필요 없었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맹 사장은 이런 상황을 예상해서 평소에도 소형 망원경 하나는 핸드폰처럼 소지하고 다닐 걸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스마트폰 개발하는 사람도 손전등 기능만 넣지 말고, 망원경 기능을 포함해주지 왜 그렇게 중요한 기능을 미처 개발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전자회사 개발팀을 모두 교체하고 싶었다.
무슨 일인지 영미는 오피스텔에 들어가지 않고, 10분 이상 김 과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분명 이렇게 늦은 밤 시간에 비도 오는데, 굳이 하늘천 주식회사의 업무 때문에 미팅을 하거나 논의를 하지는 않을 것인데, 왜 저렇게 심각한 대화를 계속하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90) (0) | 2019.06.12 |
---|---|
작은 운명 (189) (0) | 2019.06.12 |
소설 ‘작은 운명’ 이야기 (0) | 2019.06.12 |
작은 운명 (187) (0) | 2019.06.12 |
작은 운명 (186) (0) | 2019.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