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92)
김 현식 과장은 영미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고, 영미는 고개를 숙인 채 듣고 있었다. 맹 사장이 길 건너편에서 볼 때, 아마 김 과장이 영미에게 무언가 따지는 것 같았고, 영미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맹 사장은 속이 뒤집어졌다. ‘아니 저것들이! 내가 나이 들었다고, 내가 오피스텔도 얻어주고 생활비 대주는데, 지들끼지 재미를 보면서 나를 감쪽같이 속여!’
하지만 이 상황에서 맹 사장은 회사 사장이고, 여비서와 회사 직원 사이의 문제에 공개적을 내놓고 사랑 싸움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가끔 이를 갈았다. 이 가는 소리가 너무 커서 하마터면 길 건너 두 사람에게도 들릴 뻔 했는데, 마침 그때마다 대형 트럭이 굉음을 내고 지나가서 다행이 이 가는 소리는 길을 건너지 못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맹 사장 이는 어금니까지 통증이 느껴졌다.
나중에는 왠 일인지 영미가 김 과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김 과장은 영미를 오피스텔로 들여보내고, 택시를 잡아 타고 떠났다.
그러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비는 맹 사장만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시간을 맞추어서 내리는 것 같았다. 원래 맹 사장은 사주에 물과는 상극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데리고 가서 봐준 점쟁이도 그랬고, 맹 사장이 나이 들어 돈을 많이 주고 가서 본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역학가도 똑 같은 이야기를 했다.
‘당신은 사주팔자가 물과는 아주 상극이야. 대신 금과는 아주 잘 맞아. 그러니까 물을 조심해야 해. 강이나 바다에는 절대 가지 말아. 대신 나무가 많은 산으로 가.’
맹 사장은 지금까지 사주관상을 봐주는 사람이나 역학전문가의 말을 어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것은 어렸을 때, 점쟁이가 물을 조심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무시했다가 죽을 뻔 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 선생님이 맹 사장에게, ‘너는 신체나 운동신경을 볼 때, 수영선수가 되면 좋겠다. 특히 팔과 다리가 길어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멀리 빨리 물속에서 헤엄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 선생님은 같은 반 아이들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다른 학생들 듣지 못하게 조용히 모든 장점을 이야기해서 기를 살려주려고 했던 것인데, 그걸 오해해서 맹 사장은 어린 나이에 흥분했다.
그래서 누나 수영복을 훔쳐가지고 개천으로 가서 수영을 열심히 하다가 물뱀에 물렸다. 다리를 물려서 피가 나고, 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고 겨우 살아났다.
그런데도 포기를 하지 않고, 풀장에 가서 다이빙을 하다가 밑에서 배영을 하고 있는 여대생의 가슴 위로 머리를 박았다. 다행이 별로 높지 않은 곳에서 뛰어내렸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 여대생 가슴에 보형수술한 것이 터져 고장날 뻔 했고, 맹 사장의 뇌세포가 10억개는 소멸할 뻔한 대형충돌사고였다.
두 번의 사건 사고를 손수 경험한 맹 사장은 그 후에는 절대로 물에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사업을 해도 물에 관련된 사업은 가급적 멀리했다.
거래처 사장이 운영하던 생수공장을 빚대신 헐값으로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뿌리쳤다. 사업보다는 목숨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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