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98)
특히 프랑스와 같은 유럽에 비즈니스를 하러 가면서 여직원을 이코노미석에 짐짝처럼 싣고 왔다고 하면 상대 거래처 사람들도 한국의 여성에 대한 차별적 대우에 크게 분노할 것이고, 하늘천 주식회사의 국제적 명성을 크게 훼손시킬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어리석고 우매한 최 상무와 정 과장은 맹 사장의 탁월한 선견지명과 국제정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특히 최 상무는 잘못했다가는 다음 연도에 이사 재임용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장의 사고와 행동, 방침과 전략에 대해서는 무조건 예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맹 사장의 여성우대, 여성배려정책이 실현된 데 대해 감탄의 의미로 정 과장보다 혀를 두 배 이상 길게 내뽑고 찬사를 하다가 혀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지 않아서 입에 떡을 물고 있는 것처럼 30분 이상 고생을 해야 했다.
맹 사장은 기내에서 영미를 바로 옆좌석에 앉혔다. 그렇지만 별로 말을 걸지는 않았다. 맹 사장은 영미에게 다음에는 퍼스트 클래스로 모신다고 했다. 빈 말이겠지만 영미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갑자기 신분이 상승된 것 같았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간, 이코노미석에서 복잡한 시장 골목처럼, 아우성치면서 끼어갈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아! 돈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구나. 이렇게 안락하고, 조용하고, 편안하고, 우아하게 만들어 주는구나.‘ 맹 사장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손을 잡거나, 담요를 위에 올려놓고 영미의 허벅지를 만질 줄로 알았던 맹 사장이 갑자기 젊잖은 신사가 되어, 스튜디어스를 의식해서 그런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기내 책자를 들척이고 있었다.
영미는 맹 사장이 허벅지 만지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일부러 비행기 탈 때 치마를 입지 않고 두꺼운 바지를 입고 왔던 것이다. 이미 성관계까지 했기 때문에 영미의 허벅지를 좀 만져도 별 문제는 없는 것이었지만, 스튜디어스가 보게 되면 영미를 술집 여자로 보거나, 인터넷에서 출장도우미를 구해서 같이 가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맹 사장은 지저분한 행동은 일체 하지 않고, 스튜디어스에게 부탁해서 화이트 와인을 계속해서 마시고 있었다. 영미도 따라서 와인을 많이 마셨다. 비즈니스석의 손님들은 모두 고급 옷을 입고 있었다. 못생긴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파리행이기 때문에 그런지 프랑스 스타일로 패션을 갖추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영미는 의상에서 보석에서 아직은 이코노미석이었다. 비즈니스석을 담당하는 스튜디어스도 이코노미 담당과는 다른 것 같았다.
영미는 나중에 돈많은 재벌 3세나 4세를 꼭 붙잡아서 결혼을 해야겠다는 결의를 마음 속으로 했다. 그런 기회를 만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하늘천 주식회사의 비서실에 있어야 한다는 판단도 섰다.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면 안 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 서울대공원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등신이라고 부른다.
긴 비행을 마치고 마침내 영미 일행은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00) (0) | 2019.06.17 |
---|---|
작은 운명 (199) (0) | 2019.06.17 |
작은 운명 (197) (0) | 2019.06.16 |
작은 운명 (196) (0) | 2019.06.16 |
작은 운명 (195) (0) | 2019.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