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00)
영미가 파리에서 머물고 있는 동안 김 과장은 매일 영미에게 문자를 보냈다. 안부를 묻고, 맹 사장이 귀찮게 하지 않느냐는 확인 문자였다. 영미는 일체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김 과장이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귀찮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상한 것은 파리에서 며칠 지나자, 영미 눈에는 프랑스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그렇게 멋이 있게 보일 수가 없었다. 미국 사람과는 달랐다.
영미는 영화에서 많이 본 프랑스 배우 알랭 드롱과 액션 스타 장 폴 벨몽드를 떠올렸다. 스마트폰으로 그런 프랑스 배우들의 사진을 찾아보기도 했다. 르네 클레망 감독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보여준 연기는 두고 두고 찬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랑스 남자들은 대체로 얼굴 윤곽이 뚜렷하고, 피부가 우윳빛이다. 음성이 부드럽고, 키도 크다. 늘 미소를 띄고 있다. 여성에 매우 친절하다.
이런 파리에서 있으니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같이 간 일행은 키도 작고, 얼굴도 검고, 음성도 거칠고, 미소는 커녕 굳은 표정으로 초상집에서 만난 사람 같고, 여성에 대해서도 불친절했다.
그러니 영미는 자신이 같은 한국 사람인 것이 창피했다. 길거리에서 누가 영미에게,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으면, “I am not Korean.”이라고 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같이 간 맹 사장도 영미의 눈에는 초라한 동양인으로 보였고, 한국에서 안달을 떨고 있는 김 과장은, ‘한심한 비프랑스인’으로 생각되었다. 영미는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파리에 남아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무엇인가 배우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일었다. 그래서 맹 사장과 단 둘이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의중을 떠보았다.
“사장님. 정말 파리는 환상적인 도시고, 멋과 낭만이 있어요. 사람들도 너무 멋있고요. 음악, 미술이 수준 높고 문화 자체가 대단해요. 이곳에서 몇 년 공부를 했으면 원이 없을 것 같아요.” 그랬더니 맹 사장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맹 사장은 이번 프랑스 출장 때 많은 물량을 수주해서 성과가 좋았다. 하늘천 주식회사의 제품이 이제는 완전히 인정을 받아 프랑스 회사에서도 가급적 하늘천의 물건을 사용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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