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65)
옥경의 아버지는 지방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다. 아버지는 중소기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원래 골프를 좋아했다. 골프에만 취미를 붙여 시간만 나면 골프연습을 하고, 필드에 나갔다.
아버지는 골프채도 10개가 넘게 가지고 있었다. 집에서도 오직 골프채널만 보았다. 월드컵 경기를 해도 축구를 보지 않고, 골프경기를 보았다.
국내외 프로선수들의 이름을 남자, 여자 각 100명씩은 알고 있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유명한 골프장 이름과 특색도 모두 꿰뚫고 있었다. 홀인원도 세 번이나 했다.
아버지는 회사 영업을 할 때도 골프가 싱글 수준이니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접대 받는 사람도 접대하는 사람이 잘 쳐야 같이 나가고 싶지, 못치는 사람과는 나가고 싶지 않다.
또한 아버지처럼 골프를 잘 쳐야 상대방에게 돈을 잃어주더라도 기술적으로 잃어준다. 아무리 접대골프라도 영업하는 사람이 너무 노골적으로 못쳐서 져주면 상대는 재미가 없다. 상대가 정말 자기 실력으로 잘 쳐서 돈을 따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 만들면서 돈을 잃어주는 것이 기술이다.
그래서 게임 초반에는 무조건 파플레이를 해서 상대보다 앞선다. 그러다가 후반부터 조금씩 실수하는 것처럼 해서 최종적으로 져주는 것이다. 막판에 오비를 하고, 물에 빠뜨린다.
물론 접대골프고, 돈을 잃어주는 것은 회사 자금이므로 아무리 잃어도 아깝지 않다. 어떤 경우에는 상대가 너무 못쳐서 하는 수 없이 돈을 따게 된다. 이때는 당연히 게임이 끝난 다음, 미안하다면서 돌려준다.
상대는 당연하다는 듯이 잃은 돈을 돌려받는다. 결국 접대골프란, ‘따면 내 것이고, 잃어도 다시 내 것’이 되는 이상한 게임이다. 사실 게임도 아니고, 상납방법에 불과하다.
아버지는 나중에 회사가 어려워져서 하는 수 없이 구조조정되어 퇴직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실업자가 되어 집에서 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종전부터 다니던 ‘오리건’ 골프연습장에 가서 하루 종일 살았다.
오리건 박 사장은 골프는 잘 치지 못하는 사람인데, 평소 돈거래를 하던 사람이 돈을 빌려다가 골프연습장을 차리고 운영하다가도박에 빠져 박 사장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박 사장은 젊었을 때 미국 오리건 주(Oregon State) 여행을 한 번 했는데, 그 후 완전히 오리건이라는 이름에 미쳐있었다. 술을 마시면서 건배 제의를 할 때도, ‘오리건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사람들은 캘리포니아 주와 텍사스 주는 들어봤어도, 오리건 주는 못 들어봤기 때문에 아버지가 오리건이라고 외치면, 그것을 아버지가 술에 취해 ‘오리온’ 제과를 말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오리온 사탕, 과자, 비스킷 등을 많이 먹어 충치가 많은 것으로 짐작했다. 박 사장은 그래서 골프연습장을 인수하고 나서 즉시 이름을 오리건 골프연습장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오리건 주의 대도시 포틀랜드에는 아름다운 장미 정원이 많아 사람들은 포틀랜드에 ‘장미의 도시’라는 별명을 붙였다는 사실을 들은 다음, 박 사장은 오레곤 골프연습장 주변을 온통 장미꽃으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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