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5)
흥신소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관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러나 김민첩 사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지역의 단체장선거에 매우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었다.
이들은 마치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첩보작전, 공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비장한 표정으로 작전회의를 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밀리에 행해져야 하고,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했다가 무덤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 그것이 생명이다.
공칠은 고민에 빠졌다. 자신은 세 후보 중에서 오직 백상무만 알고 있다. 다른 후보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공칠은 우연히 백상무의 과거 비밀을 알고 있다. 그것도 오직 공칠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다.
그 비밀을 지금 회사를 위해서, 아니 김민첩 사장을 위해서, 상대 후보진영에 넘겨야 할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 고민은 깊어졌다. 공칠은 백상무를 만났다.
“백 후보님! 지금 판세가 어떻습니까? 당선될 가능성이 높습니까?”
“글쎄요. 맹공희 교수는 별거 아닌데, 정국영 후보가 만만치 않아요. 돈도 많고, 지역에서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예요.”
“정국영 후보의 약점이나 문제는 없나요?”
“지금 우리 진영에서도 정 후보의 뒷조사를 하고 있고, 조직을 동원해서 그에 관한 제보를 받고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워낙 약은 사람이라 어떨까 싶어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정 후보의 비리나 약점을 찾아볼까요?”
“어떻게요? 그런 방법이 있나요?”
“예. 후보님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알아볼게요.”
이렇게 해서 공칠은 김민첩 사장의 지시와는 정반대로 정국영 후보의 뒷조사를 시작했다. 김민첩에게는 백상무에 관한 확인되지 않고, 증거를 찾을 수 없는 막연한 소문만 주워듣고 서면으로 첩보를 수집한 것처럼 보고서를 써서 올렸다.
김민첩은 짜증을 냈다. “김공칠 실장이 수집한 자료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공지의 내용 아닌가? 도대체 이런 식으로 정보수집을 하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빨리 목숨을 걸고 열심히 백상무의 뒤를 캐봐. 분명 여자관계가 있을 거야. 젊은 연예인을 애인으로 두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그리고 시청에서 국장을 하면서 건설회사와 유착되어 뇌물을 많이 먹었다는 것 같아. 부동산투기도 많이 했는데, 모두 다른 사람 이름으로 했대. 알았지!”
“예. 알았습니다. 백상무는 핸드폰도 차명으로 쓰면서 수시로 바꾸고 있는 것 같아요. 머리도 비상하고, 아주 치밀하게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요. 하지만 열심히 해서 곧 좋은 성과를 낼게요.”
“꼭 성공해야 해. 회사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야. 알았지!”
공칠은 이번 선거에서 김민첩 사장이 왜 저렇게 열심히 정국영 후보를 도와주려고 난리를 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굉장히 중요한 이권이 걸려있는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87) (0) | 2019.12.29 |
---|---|
작은 운명 (86) (0) | 2019.12.29 |
작은 운명 (0) | 2019.12.27 |
작은 운명 (84) (0) | 2019.12.27 |
작은 운명 (0) | 2019.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