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7)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노인회 총무와 회장 두 사람, 돈을 준 정국영 후보 세사람만이 알고 있는 이 비밀, 죽을 때까지 노출시키지 말고 가져가야 할 이런 중대한 비밀! 이것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먼저 노인회 총무 입이 근지러워서 부인에게 잠자리에서 말했다. 노인회장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가장 친한 친구 한사람에게만 귀뜸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까지 하면서, 정국영 후보가 셋 중에 제일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의 단체관광을 다녀온 노인들은 가뜩이나 할 일이 없는 판에 모처럼 아주 짠돌이인 노인회장이 갑자기 큰돈을 쓴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혹시 회장이 죽을 때가 돼서 착해진 것이 아닌가 의심하던 판에 결국 남의 돈 가지고 생색내고, 게다가 거짓말까지 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되었다.

 

여행을 다녀온 노인들 중에는 몇 사람이 정국영 후보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이번 시장 선거에서 정국영 후보는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고 벼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중 몇 사람은 정국영 후보와 맞서 싸우고 있는 백상무 후보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 만일 백후보를 찎지 않으면 그 동네에서 추방될 위험성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노인들은 정국영 후보가 몰래 찬조한 100만원 중 1%의 돈으로 산 음식과 술이 자신들의 몸속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에 분개했고,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열흘 전에 먹은 음식찌꺼기까지 모두 토해냈다.

 

어떤 사람은 너무 심하게 토하다가 병원 응급실까지 실려갔는데, 다행이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그 사람은 그 다음 날 교회에 가서 목숨을 건진 것에 대해 특별감사헌금을 드렸다.

 

이처럼 어렵게 살아남은 노인은 그 후 교회에 가서 이런 극적인 사실에 대해 많은 교인들 앞에서 특별간증까지 했다. 그러면서 선거 때문에 모두 긴장하고 있는데, 특정 후보가 몰래 돈을 쓰게 되면 자신과 같은 정의로운 유권자는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 후보자들은 절대로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인의 정의로운 간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그동안 그 시에서 당선되었던 시장들이 모두 정의롭지 못했기 때문에 시가 발전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그 모양 그 꼴이라는 사실에 공감했다.

 

정국영 후보가 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려고 했다는 소문은 즉시 퍼졌고, 결국 반대편인 백상무 후보 진영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런 소문이나 정보, 첩보는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북한의 핵시설에 관한 첩보보다, IT산업에 관한 기술유출보다 더 중요하고 더 민감한 것이다.

 

결국 백상무 후보측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공칠의 도움을 받아 증거수집을 철저하게 하였다. 공칠이 평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을 만나 유도신문을 하는 방식으로 비밀녹음을 해서 확실하게 해놓았다. 관할 검찰청에 정식으로 고발을 했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금지에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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