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15)

 

모텔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날이 밝았다. 드디어 두 사람에게 매우 감격스러운 결혼 1주년이 되는 기념일이다. 원래 두 사람의 계획은 결혼식을 올렸던 호텔의 식장을 둘러보고 같이 뮤지컬을 관람하고 술을 마시기로 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모텔에서 나와 같이 차를 타고 오면서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 그 남자 누구야? 어떤 관계지?”

“응. 그냥 아는 사람이예요. 아무 관계도 없어요?”

“아냐. 내가 볼 때는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아. 아무래도 수상해. 옛애인 맞지?”

“아니라니까 그래요.”

“솔직히 말해도 좋아. 내가 당신 과거를 가지고 따지는 건 아니니까.”

“그냥 친구들과 어울려 몇 번 같이 만난 적이 있을 뿐이예요. 신경 쓰지 말아요.”

“어제 당신 눈빛과 그 남자 눈빛을 유심히 봤어. 서로 결혼하지 못해 불행해진 것처럼 보였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그 남자 만나도록 해. 나도 옛날 만나던 여자 만날테니까.”

 

순간적으로 정혜는 머리가 돌았다. 아무 증거도 없이 생사람을 잡고, 그 핑계로 다른 여자를 만나겠다고 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정혜는 그때부터 묵비권행사로 들어갔다. 강 교수가 어떤 말을 해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

 

“당신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건 분명히 그 남자가 옛애인이고, 지금도 서로 사랑하고 있고, 우리 결혼을 후회하는 것이 확실해.”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다음 스케줄은 모두 없던 것으로 자동취소되었다. 그리고 강 교수는 그 날 저녁 자신의 부모집으로 가서 그곳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정혜는 그 남자를 만났다. 그러니까 벌써 헤어진 지 1년 10개월이 지난 때였다.

 

“자기가 무척 행복해보여서 좋았어. 남편이 잘 생겼고, 자기에게 잘 해주는 것 같아. 자기와 헤어지고 나는 많이 방황했었어. 그러다가 지금 그 여자를 만났어. 이제 모두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잊어버리고 열심히 살고 있어. 아무튼 우연이지만 지난 번 만나서 반가웠고, 앞으로 잘 살기를 바래.”

 

“오빠를 다시 만나니까 내 마음이 흔들려서 힘들어. 모든 건 내가 잘못한 거니까 용서해줘요. 그리고 그 여자에게 잘 해줘요.”

 

정혜는 눈물을 흘렸다. 지난 시간들이 갑자기 아픈 추억이 되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정혜는 술에 취하고 싶었다. 그래서 술을 많이 마시고, 그 남자의 품에 안겼다. 남자는 피임도 하지 않고 정혜와 관계를 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여러 번 반복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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