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16)

 

정혜는 자신의 마음이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최국성이 첫남자는 아니었다. 정혜는 대하고 1학년 말에 첫경험을 했다. 그 후 몇 사람과 연애를 했다. 그런데 만났던 남자들이 나이도 어렸고 사랑에 대해 진지하지 못했다.

 

그냥 가볍게 데이트를 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가끔 성관계를 가졌지만, 정혜에 대해 목숨을 거는 남자는 없었다. 그 때문에 정혜 역시 깊은 사랑에 빠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국성과의 관계는 그렇지 않았다. 국성은 매우 순수했다. 그리고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것처럼 보였다. 국성은 음악을 하는 남자였다.

 

그래서 사랑도 음악적으로 리드미칼하게 하는 것 같았다. 음악에는 장조와 단조가 있다. 음악에서는 어떤 한 음이 으뜸음으로서 우위를 차지하고, 다른 음은 으뜸음과의 종속적인 질서 관계에 놓이게 된다.

 

딸림음과 버금딸림음이 으뜸음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기능을 다하여 조(調)가 확립된다. 조성음악에 있어 근간적인 음을 정리 ·배열하면 장음계와 단음계가 얻어진다.

 

장음계에 바탕을 둔 장조의 악곡은 밝은 느낌을 주고, 단음계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단조의 음악은 어둡고 슬픈 느낌을 준다.

 

국성은 정혜와의 관계에서도 장조와 단조의 음계를 적절히 적용했다. 어느 날은 무척이나 밝고 음성도 높았다. 어느 날은 비오는 날의 수채화 같은 분위기를 만나는 시간부터 헤어지는 시간까지 유지했다. 잠자리에서도 국성의 율동과 변화는 장조와 단조를 반복했다.

 

정혜는 이런 국성의 분위기와 감성에 이끌려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겼다. 국성에게 이지적이거나 이성적인 면은 거의 없었다. 그는 매우 감성적이었고, 형이하학적이었다.

 

때로는 동물적이었고, 반이성이 피에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국성은 동성애자는 아니었지만, 늘 마음 한편으로는 동성애를 상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때문에 정혜도 국성과 몸을 섞을 때에는 가끔 동성애를 꿈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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