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

 

이런 저런 이유로 정혜와 강 교수는 결혼 기념일 1주년을 맞아 갑자기 나빠지고 악화되었다. 하지만 보름쯤 지나서 강 교수가 모든 것을 굽히고 다시 돌아왔다.

 

그것은 강 교수 입장에서는 정혜의 친정 도움을 받아야 앞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혜 역시 결혼 1년 만에 이혼하게 되면 한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당분간 참고 견뎌보기로 했다.

 

하지만 정혜는 이 인간과는 까만 머리카락이 파뿌리처럼 하얗게 될 때까지 같이 간다는 것은 완전히 100% 불가능하다는 사회과학적 진단을 내렸다.

 

세상에서 가장 결혼생활을 잘 하는 모범생이 와서 핀치 히터로 대신 강 교수와 결혼생활을 하더라도, 강 교수와 같이, 속이 좁고, 이기적이고, 멋대가리 없고, 처갓집에 의존하는 주체의식 없는 인간과는 끝까지 결혼생활을 할 수 없다는 단정을 내렸다. 이런 판정은 대법원까지 가서 뒤집어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고 한번에 결론이 확정되는 단심제재판결과였다.

 

만일 그렇게 참고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거나 나중에 보람을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무의미, 무보람상태였고, 사랑이 실종된 상태에서 형해화된 껍데기 남녀 사이란 인간과 동물의 관계보다 더 무가치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정혜는 남편의 존재를 포메라니안 한 쌍으로 대체했다. 강아지는 정말 예뻤다. 포메라니안은 북방 스피츠 계열인 사모예드에서 출발하여 독일의 포메라니아 지방에서 현재와 같은 작은 체구로 소형화되었다.

 

강아지의 털은 매우 가늘고 아주 부드러웠다. 정혜는 남편을 생각하면 징그러울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그때는 포메의 털을 어루만지며 강아지를 껴안고 남편에 대한 소름을 떨쳐버렸다.

 

강 교수는 어렸을 때,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인생의 목표가 오직 돈과 출세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기에 여자도 추가되었다. ‘돈과 출세, 여자’ 이 세 가지를 누릴 수 있는 데까지 누려야겠다는 야망을 가졌다. 그러면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강 교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전임강사에서 교수가 된 다음부터는 강의를 열심히 하거나 연구를 한다기 보다는 일반 기업체의 자문역할이나, 사회적 활동을 많이 했다.

 

그리고 방송에서 적극적으로 얼굴을 많이 알렸다. 그런 까닭에 오직 교수로서 외길을 걷는 다른 교수들에 비해서 유명해졌고, 능력이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되었으며, 경제적 수입도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여자들이 많이 따르게 되었고,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괜찮은 여자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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