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4)

 

강 교수는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교에서 개설한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6개월 코스인데, 지역 사회에서 돈 있고 괜찮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남자와 여자가 섞여있는데, 여자들 역시 비즈니스를 하거나 사회적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최고경영자과정은 학문적으로 연구를 하거나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사교모임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그 과정에 들어온 선미경 사장이 있었다. 강 교수는 45살이었고, 선미경 사장은 50살이었다. 미경은 미용실을 경영하는 원장이었다. 나이는 5살 연상이었지만, 미용사로서 성공한 사람이었다.

 

외모나 몸매는 거의 연예인 수준이었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골프도 잘 쳤다. 이혼하고 혼자 산다는 소문도 있었다. 강 교수가 먼저 선 사장에게 집적거렸다. 미경은 가방끈이 짧아서 그랬는지, 대학 교수라고 하니까 무조건 존경하고 좋아했다.

 

미경은 이혼한 전 남편도 건달이었고, 그 후 만난 몇 명의 남자들도 모두 건달들이었다. 미용사로서 돈을 벌고 있으니까, 처음 남편도 부인에게 기대는 마음 때문에 그랬는지, 골프나 치러다니고, 하는 사업마다 손해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잘 나가는 부인을 두고 있는 처지에 느는 것은 폭력과 의처증이었다. 유일하게 다행이었던 점은 몸에 문신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전 남편은 술이나 마시고, 와이프 뒷조사나 하러 다녔다.

 

의처증은 참 무서운 질병이다. 남편은 심한 콤플렉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미경을 의심했다. 새 옷을 사가지고 들어오면, 어떤 놈이 사준 것이냐고 밤새도록 들볶았다. 미경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긁은 것이라고 영수증을 보여줘도 소용없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이 지 카드로 사줬겠어? 당연히 당신 카드로 긁게 하고, 현금으로 당신 주었겠지.’ 그러면서 핸드폰 통화기록을 확인하였다. ‘분명히 여러 차례 통화를 했겠지? 카톡도 했을 거야. 내가 볼까 봐 집에 들어오기 전에 다 지웠을 거야? 누군가 말해! 이 돈이 많은 이야?’

 

이러면서 수사관처럼 밤새도록 신문을 하면, 미경은 그 다음 날 피곤해서 일도 제대로 못했다. 맞기도 많이 맞았다. 의처증이 심해지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프로세스다.

 

부부 사이의 폭력은 폐쇄된 공간에서 시간의 제한 없이 이루어지는 무한게임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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