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

 

강 교수는 혼자 생맥주집에서 치킨을 시켜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TV를 보고 있었다. 강 교수가 오래 전부터 좋아하는 연예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 연예인은 경찰서 앞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니 왜 저러고 있을까?’ 강 교수는 깜짝 놀랐다.

 

그 연예인은 성폭행혐의를 받고 경찰조사를 받고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에서 12시간 동안이나 조사를 받는 것이다.

 

최근에는 법무부에서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그 연예인은 기자들에게 공개되어 사진을 찍히고 인터뷰를 당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명을 들어보니 취재진이 몰려들어 경찰서 앞에서 며칠 전부터 진을 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찰에 출석하거나 조사받고 나오는 모습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당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

 

강 교수는 그런 거라면, 앞으로는 경찰서 옥상에 헬리콥터로 출석을 하든가, 아니면 경찰서 구내 밑으로 땅굴을 파서 지하도로 연결해서 출석하도록 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검찰청에 출석할 때는 승용차로 검찰청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들어갔다가 나오면 기자들을 피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경찰서에는 그런 식으로 기자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보도 내용을 보니, 경찰에서는 차량 압수수색을 통해 내비게이션 GPS 기록을 확보하고 4년이 지난 시점의 가수 행적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GPS 포렌식 분석을 통해 사건 현장에 당사자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피해자는 유흥업소에서 연예인으로부터 4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저런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강 교수는 궁금했다. 자세한 내용을 보도가 되고 있지 않았지만, 4년 전에 있었던 사건을 지금 와서 고소를 하는 이유도 궁금하고, 4년 전 증거자료로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찾아낸다는 것인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동차를 타고 다녔으면 몇 년전 기록도 다 나오는 모양이고, 업소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했으면 그 기록도 모두 보존되는 모양이었다.

 

강 교수는 그 보도를 보면서 세상이 얼마나 무섭게 달라졌는지를 실감했다. 그러면서 남자는 정말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는 여자와 성관계를 할 때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여자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해야 한다. 여자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남자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성관계를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건 여자를 완전히 무시하는 동물적인 행동이다. 당하는 여자는 절대로 가만 있지 않는다. 그리고 증거란 여자의 진술만으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성범죄혐의를 받는 남자가 자신의 무혐의를 증명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뛰어서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

 

강 교수는 앞으로 여자와 성관계를 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자마자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강 교수가 연구 주제로 삼은 것은, ① 여자를 구별하는 방법, ② 성관계를 할 때 주의사항, ③ 자신의 방어차원에서의 증거 확보 및 인멸방법, ④ 여자가 물고늘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 ⑤ 악질 여자가 고소할 때 대응방안, ⑥ 바람을 피더라도 가정을 지키는 방법, ⑦ 혼외정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 ⑧ 유부녀인지 확인하는 방법, ⑨ 성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 ⑩ 효율적인 피임방법 등이었다.

 

강 교수는 이러한 열가지 방법에 대해 앞으로 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기로 했다. 먼저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우선 인터넷을 통해 서치하고, 그 다음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가서 논문과 책을 열람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연구과정은 철저하게 비밀로 하기로 했다. 만일 부인 정혜가 주변 사람들이 알면 강 교수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땅에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강 교수는 이럴 때 누군가 한 사람이 공동으로 연구작업에 참여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수준이 괜찮은 여자 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를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떤 여자가 이런 작업에 참여를 할 것인가? 돈을 많이 주면 몰라도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문제는 작업을 해나가면서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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