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

 

한 시간쯤 혼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있는데, 갑자기 강 교수가 호프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미경은 정신이 확 들었다. 강 교수는 미경을 보지 못한 채 호프집 가장 안쪽에 있는 칸막이로 들어갔다. 강 교수는 남학생 2명과 여학생 1명과 일행이었다. 그 여학생은 호리호리한 키에 무척 지적인 얼굴이었다.

 

미경은 그 여학생을 보자 순간적으로 심한 콤플렉스를 느꼈다. ‘아니 강 교수님은 왜 저렇게 어린 여학생을 데리고 술집으로 들어오는 걸까? 저렇게 어리고 팔팔한 여학생을 데리고 다니니 나 같이 늙은 여자는 아무래도 매력이 없겠지!’

 

미경은 술집에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도 생각되었지만, 강 교수가 자신을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밖으로 나가야 하나? 아니면 나중에 인사라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했지만, 술에 취해 옳은 판단을 못하고 있었다. 상황이 복잡해지자 술을 더 마셨다. 술을 마시면 변별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술에 취하면 많은 사건과 사고가 벌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음주운전이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이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고 징역까지 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은 절대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지 않겠다고 머릿속으로 ‘정언명령’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잠깐 운전하는데, 무슨 상관이 있을까? 지금 이 시간 내가 가는 곳까지 단속반이 없을 거야.’ 이렇게 생각한다. 자기콘트롤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경은 전에 미용실 손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 여자 손님은 어느 날 술에 취해 택시를 탔다. 택시 탈 때는 정신이 들어서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택시를 확인하고 탄 것 같았다.

 

그런데 한참 가다가 잠이 깨어서 밖을 보니 자신의 집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천국제공항터미널까지 거의 다 가고 있었다. 아가씨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 택시기사가 나를 외국에 팔아먹으려고 인천공항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 그 택시 기사는 추워서 빵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뒷좌석에서 봐서는 나이가 들었는지, 젊은 사람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아저씨, 지금 왜 인천공항으로 가고 있는 거지요?”라고 큰소리로 물었다. “아니, 손님이 가자고 한 것 아니예요?” “제가 왜 공항으로 가요? 외국 나갈 것도 아닌데? 지금 여권도 없단 말이예요?”

 

두 사람은 지구대까지 가서 택시 요금 때문에 싸움을 했다. 나중에 진상을 조사해보니, 아가씨가 택시를 탈 때 남자 친구가 택시를 잡아주고 아가씨에게 ‘잘 다녀와. 한 달 있다가 봐.’라고 말을 했다.

 

그때 택시 기사는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전화로 남자 친구에게, ‘응. 지금 인천공항가고 있어. 잘 갔다올게.’라고 말하는 것을 택시 탄 여자가 말을 하는 것으로 잘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 드라마 대사를 듣고, 택시 기사는, ‘인천공항요?’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고, 그 여자 손님은 자신의 남자 친구에게 창문을 열고. “예!‘라고 간단하게 대답을 해서 착오가 생겼던 것이다. 모든 것은 여자가 술에 취해 계속해서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8)  (0) 2020.01.22
작은 운명 (7)  (0) 2020.01.22
작은 운명 (7)  (0) 2020.01.21
작은 운명 (6)  (0) 2020.01.21
작은 운명 (5)  (0) 2020.01.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