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7)

 

그 남자가 맨 처음 말하는 대로 받아쓰면 이랬다. ’저는 평소 존경하는 몽마르똥 미용실 선미경 원장님을 꼬셔서 제 것을 원장님의 속에 넣었습니다. 정확한 횟수는 모르지만, 대략 500번 했습니다. 원래 선 원장님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데, 제가 술을 먹이고 강제로 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개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또 원장님과 그 짓을 하면 제 물건을 잘라서 강물에 던져버리겠습니다. 저는 태극기 앞에서 새마을운동 정신으로 엄숙하게 맹세합니다. 2020125일 강철민.

 

강 교수는 그 남자가 불러주는 대로 백지에 써보니, 도대체 이것은 무슨 이야기인지 말이 되지 않았다. 강 교수는 미경을 절대로 존경하지는 않았다. 미경을 여자로서 좋아했지만, 존경할 만한 구석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왜 자신보고 평소 존경하는 원장님이라고 쓰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미경은 보통 여자보다 훨씬 더 강도 높게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걸 애인이라는 남자가 모르고 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답답한 것은 미경이 먼저 강 교수에게 접근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성관계에 이른 것인데, 강 교수가 술을 먹이고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미경을 강제로 했다고 쓰라고 하니 기가 막혔다.

 

그리고 만난 지 6개월밖에 안 되는데, 어떤 남자가 500번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 건달은 산수 공부는 빵점만 맞았을 것이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런 각서를 쓰는데, 왜 태극기가 들어가고 새마을정신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남자 옷을 자세히 보니, 잠바 왼쪽 가슴 쪽에 작은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고, 오른쪽에는 새마을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강 교수는 하는 수 없이 용기를 가지고 그 남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이렇게 썼더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랬더니 그 남자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벽에 세게 박았다. 강 교수는 무슨 커다란 망치로 벽을 부수는 것으로 오해했다.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저렇게 돌보다 더 단단하고, 심지어 강철보다 더 단단할 수가 있을까? 남자는 머리를 벽에 열 번 세게 박았다.

 

그것은 고장난 옛날 라디오가 잘 나오지 않으면 주먹으로 탁탁 몇 번 치면 다시 주파수가 잡히는 것같았다. 그 남자는 머리를 벽에 세게 부딪혀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럼 당신 고추를 자르지 않고 미경의 것을 자르겠다는 뜻인가? 이런 나쁜 인간 같으니, 너는 지금 당장 경찰서를 들러서 대학교 총장실로 가야겠어. 아니, 오늘은 설날이니까 구정 연휴 끝나면 곧 바로 가자. 이런 저질 인간은 내가 살면서 처음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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