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6)

 

강 교수는 미경이 혼자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비록 강 교수는 유부남이었지만, 미경이 유부녀가 아니었기 때문에 연애를 하고 육체관계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알았다.

 

집에서 부인이 알게 되면 그때는 부인 역시 다른 남자와 관계를 했던 사실을 가지고 상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강 교수는 부인과 서로 묵시적인 합의를 한 것과 비슷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관계를 하지 않고 지냈다.

 

부부 사이의 관계는 참 이상하다. 결혼하고 서로 관계를 해서 익숙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부터 서로 관계를 하지 않고 지내면 더 이상 하기가 어렵다. 새삼스럽게 한다고 하면 서로가 익숙하지 않아 거부반응을 느낀다. 그래서 하지 않게 된다.

 

강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부터 서로 부부관계를 멈추었다. 그 대신 강 교수는 다른 여자을 찾았다. 그리고 강 교수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관계를 하지 않는 대신 다른 남자를 만났다.

 

그렇게 해도 부부 사이는 유지될 수 있었다. 부부 사이의 육체관계와 일상 생활관계는 분리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서로에게 편했다.

 

강 교수는 지금 애인인 미경의 애인이라는 남자가 나타나서 왜 남의 애인을 빼앗아 데리고 놀고 있느냐고 따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 교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강 교수는 자신이 교수라는 사회적 신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처럼 행동할 수는 없었다.

 

강 교수는 그 남자에게 물었다. “나는 미경 씨가 혼자 살고 있는 미용실 원장으로 알고 있었어요. 남편도 없고, 애인도 없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미경 씨 애인이라면 저는 당연히 손을 떼야겠지요?”

 

그 남자는 갑자기 흥분했다. “아니,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미경 씨라고 그랬어. 미경이가 너와 무슨 관계인데 함부로 미경이 이름을 불러. 너 정말 죽고 싶나? OOO! 너는 대학 교수고 유부남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남의 여자를 빼앗아 가지고 그짓을 수백번이나 했냐?”

 

강 교수는 놀랐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모든 책임은 제가 질게요.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겠습니다.”

 

. 네가 사람이야? 남의 여자를 건드려놓고, 그짓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게 장난이야? 어떻게 책임질 거야? 네가 미경이 데리고 살거야?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할 거야?”

 

강 교수는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잘못했다가는 목숨도 위태롭게 되고, 학교는 당연히 파면될 입장이었다.

 

우선 각서부터 써! 내가 부르는대로 써봐! 이 나쁜 OO!”

저는 대학교수로서 선미경이라는 여자를 꼬셔서 섹스를 수백번 했습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앞으로 제가 선미경을 만나서 섹스를 하면 저의 성기를 절단해서 귀하에게 드리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 교수가 볼 때 상대 남자는 초등학교도 나왔는지 의심스러웠다. 부르는대로 쓰라고 해서 무서워서 썼지만 정말 말이 되지 않고 창피해서 받아 쓸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강 교수는 너무 무서워서 부르는대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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