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2)

 

중국에서 발원된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 19 때문에 전국은 어수선했다.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갑자기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에서는 심각단계로 격상시켰다. 강 교수의 대학교에서도 개강을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다.

 

경아의 이모 진순복이 경아에게 SOS를 쳤다. 순복은 지방에서 작은 술집을 경영하고 있었다. 남편과 이혼하고 재산분할로 받은 돈으로 술집을 인수받아 혼자서 열심히 살고 있었다. 엊그제 53번째 생일을 지냈다고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갑자기 경아를 만나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우리 술집에 단골로 다니던 전맹삼이라는 남자가 사기를 친 거야. 3천만원을 사기 당했어. 이걸 어쩌지?” 경아는 혼자서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렵지만 강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고, 강 교수와 셋이서 만났다.

 

“어떻게 사기를 당한 거지요?”

“전맹삼이라는 사람은 50대 중반인데, 대기업의 인사담당책임자라고 하면서 가끔 우리 술집에 혼자 와서 술을 마시던 사람이예요. 그런데 나에게 그 대기업체에서 자기 통장으로 보내준다고 하는 월급 내역을 핸드폰으로 보내주고, 대기업체에서 근무하는 사진을 수십장 찍어서 보여주었어요. 그래서 나를 비롯해서 우리 술집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모두 그 사람을 대기업체 인사담당으로 알고 있었지요. 우리 술집에 와서도 스피커폰으로 해놓고 가끔 이 사람, 저 사람과 통화하는 내역을 들려주는데, 대부분 대기업체에 취직을 부탁하는 전화였어요. 그래서 나도 그 사람에게 내 아들 취직을 시켜달라고 부탁을 했지요. 그랬더니 처음에는 어렵다고 하면서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도 내가 그 사람이 오면 술값고 깎아주고, 여종업원들에게도 특별히 잘 해주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잘 구슬러놓았더니 내 아들 이력서를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신이 나서 아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주었지요. 그랬더니 노력해보겠다고 해서 나는 그 사람이 극구 거절하는 것을 무릅쓰고 돈을 5백만원 현금으로 주었어요. 그 사람은 내게서 돈을 받으면서 이 돈은 자신이 가지는 것이 아니고, 회사에서 관계 있는 사람들이 나누어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어요. 자신은 일원 한푼도 이익을 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더욱 그 사람을 믿고, 그때부터 그 사람이 오면 술값을 모두 외상으로 한다면서 받지 않았어요. 그 사람은 그 후 일주일에 세 번 내지 네 번씩 우리 술집에 와서 살다시피 했어요.”

 

“그런데 왜 사기라는 거지요?”

“그 사람은 그 후 우리 술집 여종업원들을 한명씩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잠을 잤는데, 처음에는 돈을 다른 사람보다 두배로 주었대요. 그런데 몇 번 그렇게 하다가, 그 여종업원들을 주변 형제나 지인들을 그 대기업체에 취직시켜주겠다고 하면서 돈도 주지 않고 공짜로 잠을 잤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장님 아들은 그 회사에 취직이 되었나요?”

“돈을 가져간지 벌써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취직도 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그 회사에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지금 와서는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 19 때문에 회사에서 면접심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코로나 때문에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 회사가 검찰 특별수사를 받고 있다면 신규채용이 중단될 수도 있잖아요?”

“그게 아니라, 며칠 전에 그 사람에게 자꾸 늦어지면 돈 5백만원을 돌려주고, 그 동안 외상으로 먹은 술값을 계산해 달라고 했더니, 갑자기 화를 내면서 내가 술집에서 성매매를 시켰다고 하면서 경찰에 고발을 하겠다는 거예요?”

 

“정말 나쁜 인간이네요. 그런데 성매매한 증거는 있대요?”

“처음에는 그 사람이 오면 내가 먼저 술값을 하라고 현금으로 50만원을 주었어요. 그러면 그 사람이 그 돈으로 아가씨를 꼬셔서 나 몰래 이차를 나갔던 거예요. 그리고 술값은 외상장부에 달아놓기로 했어요. 그렇게 세명의 아가씨들이 처음에는 몇 차례씩 돈을 받고 이차를 나갔던 것은 맞아요. 하지만 그 돈도 모두 내가 그 사람에게 그때그때 빌려주는 형식으로 주었던 돈이었어요. 말하자면 내 아들 취직 부탁을 하면서 준 돈이었지요. 그리고 그 후에는 아가씨들을 번갈아가면서 데리고 나가 잠자리를 했는데, 그때는 아가씨들도 돈을 받지 않고, 아는 사람 취직부탁을 하는 대가로 공짜로 잠을 자준 것이라고 해요.”

“아가씨들이 처음에 돈을 받고 이차를 나갔다는 증거는 무엇이 있을까요?”

 

“글쎄요. 아가씨들이 모두 말을 맞추어 돈을 받지 않고 그냥 이차를 나갔다고 하면 될 것 같은데, 그 남자가 무슨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강 교수는 정말 기가 막혔다. 세상에 이렇게 나쁜 사람도 있을까? 불쌍한 여자들을 사기쳐서 돈도 빼앗고, 몸도 빼앗는 나쁜 남자다. 강 교수는 정의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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