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3)
강 교수는 같은 대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법대 교수인 박 홍상 교수를 만나서 도움을 청했다. 박 교수는 흔쾌히 돕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 친구인 전직 경찰관을 데리고 왔다.
문박식은 전에 경찰관 생활을 몇 년 하다가 유부녀와 정을 통했다는 이유로 사표를 내고 나온 사람이었다. 당시 자신이 담당하던 사기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던 여자가 사건이 무혐으로 종결되자 고맙다고 하면서 문박식 경찰관을 찾아와서 식사대접을 하겠다고 했다.
박식은 극구 사양했지만, 몇 번에 걸쳐 그 여자가 끈질기게 요청을 해서 하는 수 없이 만났다. 여자는 박식을 만나 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억울하게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당했던 고통을 하소연했다.
그 여자가 처음 고소를 당했을 때 담당 경찰관은 박식이 아니었다. 다른 경찰관이 그 여자의 사기사건을 맡아서 5개월 동안이나 조사를 했다. 여자가 아무리 억울하다고 하면서, 많은 증거를 제출해도 그 경찰관은 그 여자가 사기를 쳤다는 확고한 심증을 가지고 계속해서 소환하고 추궁하고 조사를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인사이동 때 그 조사관은 다른 경찰서로 전근을 갔고, 그 후임자로 박식이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 박식이 사건기록을 보니, 너무 편파적으로 조사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박식은 이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동시에 불러서 무려 6시간이나 대질조사를 했다. 피고소인이 조사해 달라는 참고인조사도 세명이나 했다.
그런 결과 박식은 이 사기사건은 명백히 무혐의라는 심증을 형성했고, 그래서 검찰청에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의견이라는 수사결론을 내리고 송치했다. 그랬더니 검찰청에서는 별도이 조사 없이 곧 바로 무혐의결정을 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 사건의 고소인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항고도 하지 않았다. 그 여자는 사건이 종결된 다음 박식을 만나서 그 동안 전에 맡았던 경찰관이 얼마나 편파적으로 수사를 했는지, 그 때문에 얼마나 공포에 떨고 불안해했는지 자신이 당했던 이야기를 울면서 했다.
그리고 박식이 얼마나 정의롭고 훌륭한 경찰관인지 말하면서 존경한다고 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서 박식은 그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 여자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사업을 하고 있는 여자였다. 그래서 박식은 그 여자를 믿고 드라이브를 하고 다니다가 연애를 몇 번 하게 되었다 .
그런데 그 여자의 남편이 어떻게 알았는지, 두 사람의 연애사실을 알고 박식을 찾아와서 난리를 쳤다. 처음에는 박식은 몇 번 만나서 식사는 했지만 다른 일은 없었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수많은 사건을 수사해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그 남편은 박식의 정액이 묻은 부인의 팬티를 증거물로 가지고 있었다. 남편은 자신의 부인이 박식과 자동차 안에서 급하게 카섹스를 하고 그냥 집에 들어갔는데, 촉이 특별히 발달한 남편이 강압적인 사실조사를 하여 여자의 팬티에 묻는 박식의 그것을 확보했던 것이었다. 정말 천재적인 유능한 베테랑 수사관의 자질을 구비한 남편이었다.
박식은 그 여자가 자신의 앞가림을 잘 할 것으로 믿었는데, 갑자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박식이 그 남편에게 잘못했다고 아무리 빌고 용서를 구해도 남편은 어림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 남편은 자기 부인과 이혼할 생각은 없었다.
이혼하게 되면 재산분할을 해야 하니까 돈 때문에 이혼은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여자가 남편에게 용서를 구해도 남편은 이상하게 여자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오직 박식이 망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남편은 박식에게 제안했다. “당신이 내 와이프를 더럽혔으니, 나는 너무 억울하다. 이혼할 수도 없고, 평생 더럽혀진 여자를 데리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 위자료는 필요 없다. 그러니까 너도 이혼하라. 아니면 너도 네 부인이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하도록 하고 더렵혀진 상태에서 이혼하지 말고 나처럼 계속 살아라. 그렇지 않으면 사표를 내고 실업자가 되어라.”
박식은 정말 더러운 꼴을 당했다. 그 여자를 사랑했던 것도 아니고,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같이 데이트를 해서 크게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박식보다 나이가 열 살이나 많았기 때문에 성적으로 크게 만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다니 세상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박식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자, 그 남편은 마침내 박식이 근무하는 경찰서를 찾아와서 경찰서장 면담신청을 했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박식은 그 날 사표를 내고 옷을 벗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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