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밤의 상념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은행잎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씩 색깔이 변해가고 있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모든 은행잎들이 노랗게 물이 들을 것이다. 은행잎을 보면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내가 가장 힘들게 느끼고 있을 때, 그때 은행잎이 아주 샛노랗게 물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면서 제일 힘든 일은 역시 사람 때문에 겪는 갈등과 고통이다. 믿었던 사람이 갑자기 배신을 했을 때, 사랑을 주었던 사람이 말없이 떠났을 때, 너무나 커다란 기대를 했다가 수포로 돌아갔을 때, 건강을 잃었을 때 우리는 고통을 겪는다. 삶의 고뇌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막연했던 관계, 애매모호한 감정들 때문에 우리는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너무 분해서, 억울해서 복수까지 생각해야 했던 일들을 우리는 시간이 가면서 모두 잊어버리게 된다. 잊어버리지 않고 가슴 속에 담아두면 우리만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지난 보름 동안 허리가 아파서, 감기가 들었기 때문에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 처음으로 새벽 6시 반에 배드민턴을 치러갔다. 2시간 동안 배드민턴을 쳤다. 땀이 온몸에서 나와 흐른다. 땀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설하게 된다. 몸속의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똑 같은 방법으로 우리는 마음속의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아야 한다. 미움도 버리고, 증오심도 버리자. 질투심도 버리고, 온갖 욕심을 다 버리자. 허망한 욕심을 가슴속에 담고 있어보았자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가을에 우리 가슴에 담을 것은 선선한 가을 바람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단풍의 가을색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