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인 사랑>

 

세월은 빨리 지나간다. 엊그네 눈이 쌓여 있었는데 벌써 5월이 되었다.

 

5월의 첫날이다.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5월이 되면 아주 커다란 감동을 느낀다. 신록의 계절이다. 이제 연한 잎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꽃은 가만히 있어도 우리를 유혹한다. 너무나 선명한 색깔 앞에서 우리는 내면의 우유부단함, 혼탁함을 되돌아보게 된다. 순수함은 꽃의 생명이다. 꽃의 순수 때문에 우리들의 사랑의 순수성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사랑은 의도된 작용이 아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감성의 문제이다. 사랑 앞에서는 단순히 두 사람 사이의 관계만이 문제된다. 그것은 운명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처럼 그냥 맹목적인 움직임을 수행할 뿐이다.

 

사랑은 언제나 운명처럼 다가온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네가 내 앞에 나타났고, 나는 그냥 보이지 않는 그물에 포섭되고, 맹목적으로 끌려갔다.

 

거기에서 엮어진 사랑이라는 화학적 결합은 육체의 물리적 결합을 곧 바로 초월한다. 때문에 사랑은 곧 운명이다. 운명은 사랑 그 자체다.

 

롤랑 바르트도 이렇게 적고 있다. 사랑에 빠진 개인은 어디까지나 운명의 인간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나를 사로잡으며,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은 사건의 동기가 아니라 그 구조다. 관계의 모든 구조가, 사람들이 냅킨을 잡아당기듯 내게로 온다. 나는 의심도 비난도 하지 않으며, 이유를 묻지도 않는다. 내가 처한 그 엄청난 상황을 겁에 질린 채 바라볼 뿐이다. 나는 한(恨)의 인간이 아니라 운명의 인간이다.>

-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지음, 김희영 옮김, 106쪽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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