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을 주장하는 여자 vs. 화간을 주장하는 남자

 

고종은 37살의 총각이었다. 중소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말이면 열심히 등산을 다녔다. 어떤 산악회에 들어가 동호회원이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숙정은 45살의 가정 주부였다. 등산이 끝나면 회원들은 가끔 저녁 식사도 하고 노래방도 다녔다. 그렇게 6개월쯤 지났다. 숙정은 고종을 좋아했는지, 고종이 참석하는 회식이나 술마시는 곳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러면서 꼭 고종 옆에 앉았다.

 

숙정은 어리게 보여서 열 살은 젊어보였다. 나이는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30대 중반인 것처럼 말했고, 결혼해서 가정이 있다는 내색도 하지 않았다. 고종을 비롯한 등산회원들은 숙정을 미혼이거나 돌싱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싱글인 고종과 숙정이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생각했다.

 

숙정의 남편은 시간이 가면서 의심하기 시작했다. 등산을 갔다 하면 귀가시간이 늦었다. 늘 술에 취해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동안은 등산을 가지 못하게 하기도 했으나, 숙정이 고집을 부려 등산금지령만은 풀어놓았다. 하지만 늘 숙정의 동향을 미심쩍은 눈으로 예의 관찰하고 있었다. 아무리 골 키퍼(Goal Keeper)가 눈을 부릅뜨고 골문을 지키고 있어도 눈 깜빡할 사이에 골이 들어가는 것처럼, 숙정은 고종과 관계를 가졌다.

 

첫 번째는 등산 갔다가 회식이 끝나고 두 사람만 따로 노래방으로 갔다. 그곳에서 술을 마시고 껴안고 부르스를 추다가 자연스럽게 쇼파에서 관계를 했다. 두 번 째는 등산 가서 일행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숲속으로 들어가 야생동물처럼 잠깐 동안 관계를 마치고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태연하게 일행과 합류했다.

 

세 번째는 회식을 마치고 모텔로 들어갔다. 등산을 했기 때문에 몸에 땀이 배여서 샤워를 하고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편안하게 관계를 했다. 한참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진동으로 돌려놓고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반복해서 계속 전화가 왔다. 그래서 숙정은 샤워실로 들어가서 전화를 했다.

 

누가 당신 차를 박아놓고 도망가버렸어. 빨리 와봐.”

숙정은 뽑은 지 한달도 채 안되는 새 차를 누가 받았다고 하니 갑자기 그냥 옷을 주워입고 집으로 달려갔다. 차가 부서진 상태를 보고, 경찰에 신고한 다음 아파트로 올라갔다. 남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숙정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아니 등산 갔다더니 어디서 목욕도 하고 왔네? 아직 머리에 물기도 마르지 않았네!”

남편은 숙정의 옷을 벗겼다. 숙정은 저항했으나 남편은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라 힘이 보통 사람 보다 두배는 강했다.

 

남편은 공부를 하는 대신, 태권도와 검도를 열심히 했다. 태권도 2단증과 검도 초단증을 벽에다 걸어놓고, 먼지라도 묻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항상 깨끗하게 손질을 하고 있었다.

 

남편이 흥분해서 의심하고 옷을 완전히 벗기고 신체검사를 하니, 단번에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가 드러났다. 고종과 관계를 한 다음, 남편의 전화를 받고 놀래서 뛰어오다 보니, 뒷처리를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숙정의 속옷에 고종의 것이 묻혀져 있었다. 남편은 사정없이 때렸다. 숙정으로부터 자백을 받았다.

 

숙정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통화내역은 모두 삭제했고, 원래 고종의 전화번호는 여자 친구 이름으로 저장해 놓았기 때문에, 고종의 전화번호는 모른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강간을 당했다고 둘러댔다. 사건은 이렇게 이상하게 출발한 것이었다.

 

남편이 죽일 듯이 다그치니까 숙정은 모텔에서 고종과 있었던 사실을 시인하고, 속옷에서 나온 것은 고종의 것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간통한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모텔까지 끌려간 것이며, 갑자기 고종이 강제로 했던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남편이 그게 사실이라면 고종을 상대로 강간죄로 고소를 하라고 하니까, 숙정은 위기에서 모면하기 위하여 남편이 시키는 대로 고소장을 경찰서에 제출했다.

 

고종은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정말 황당했다. 같은 등산회 멤버로서 친하게 지낸 것은 맞다. 그 여자가 혼자 사는 줄 알고 세 번 관계를 했다. 그런데 강간을 당했다고 고소해서 징역을 보내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간통죄가 폐지되어 비록 유부녀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민사문제지, 형사문제가 될 수 없는데, 어떻게 허위사실을 신고하여 이렇게 크게 문제를 만들 수가 있는가?

 

고종은 모텔에서 관계를 하다가 숙정이 갑자기 어떤 사람과 통화를 한 다음 허겁지겁 놀라서 황급히 모텔에서 나갔기 때문에, 그때 대충 눈치를 챘다.

 

! 유부녀구나. 그런 사실에 대해 전혀 말을 하지 않고 싱글처럼 행세했구나. 이제는 그만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날, 전화를 했으나 숙정은 전화를 차단해 놓았다. 그 후 아무리 전화를 해도 전화가 되지 않았고, 일체 연락이 없었다. 몹시 궁금한 상태로 있는데 일주일 쯤 지나서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경찰선데요. 최고종 씨지요? 강간죄로 고소장이 접수되었으니 출석해주셔야겠습니다.” 그리고 곧 바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보이스 피싱으로 오해할까 봐 취하는 조치다. 전화를 받는 순간 고종은 뇌출혈로 쓰러질 뻔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경찰서라고 하는 말과 강간죄로 고소를 당했다는 말, 경찰서로 나오라는 말을 듣자, 머릿속은 그야말로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저는 강간하지 않았는데요. 그건 잘못된 고소입니다. 그래도 제가 나가야 합니까?”

. 일단 나와서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출석에 불응하면 체포장을 발부받아 체포합니다. 꼭 나오세요.”

 

숨이 막힐 것같았다. 숙정에게 전화를 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변호사는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경찰에 출석해서 강간사실을 부인하자. 경찰에서는 숙정을 같이 불러 대질조사를 했다. 숙정은 고종의 시선을 피하면서 고개를 숙인 채 자기 주장만 되풀이했다.

 

아니. 숙정 씨, 우리가 처음에는 노래방에서 했고, 또 한번은 소백산 등산을 갔다가 일행 몰래 숲속에서 숏타임을 했잖아요. 그리고 모텔에서 같이 샤워를 하고, 그걸 하던 도중 어디선가 전화를 받고 그만두고 갔던 거잖아요? 내가 언제 강제로 했어요?”

 

경찰관이 숙정에게 물었다.

이 사람 말이 맞나요?”

 

노래방에 간 적은 있어도 노래만 부르고 술 마시고 그냥 나왔어요. 노래방에서 어떻게 그짓을 해요. 그런 적 절대로 없어요. 등산가서 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예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에서, 그것도 대낮에 어떻게 해요? 더군다가 우리 등산회 일행이 35명이나 같이 있었는데요? 그리고 산에서 등산하다가 그걸 하면 남자는 기운이 빠져 산에 올라갈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고종은 기가 막혔다.

세상에 이런 나쁜 여자가 있나? 분명히 노래방에서, 등산로에서 100미터쯤 들어간 숲 속에서 했는데, 이렇게 새빨간 거짓말을 할 수 있나? 불과 두 달도 안 된 일인데...’

하지만 여자가 그렇게 전면 부인하자, 고종은 답답하기만 했다. 경찰관은 따져 물었다.

 

아니 여자분이 말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피의자는 노래방과 산 속에서 성관계를 했다는 증거가 있나요? 예를 들면, 녹음을 해놓았다든가, 노래방의 CCTV라든가, 아니면 증인이라든가, 있으면 제출하세요.”

 

숲속에서 갑자기 바지만 내리고 잠깐 한건데 그걸 어떻게 녹음을 한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노래방 실내에는 CCTV가 없잖아요. 은밀하게 잠깐 하는데 다른 사람이 그걸 볼 수 없잖아요. 이 여자 말은 모두 거짓말입니다. 거짓말탐지기 측정을 해주세요. 정말 너무 억울합니다.”

 

그럼 모텔에서 한 것은 어떻게 된 겁니까? 여자가 동의한 것인가요?”

그때 둘이 같이 술을 마시고 오히려 숙정 씨가 먼저 원해서 모텔에 간 겁니다. 모텔에 가서 숙정 씨가 먼저 샤워를 했고, 제가 그 뒤에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오랫동안 참았었는지 숙정 씨가 매우 적극적이었어요.”

 

그럼 숙정 씨 목 부위와 팔뚝 주변에 상처는 무엇이지요?”

저는 상처를 본 적도 없어요. 만일 상처가 있다면, 그날 낮에 등산을 하면서 반팔을 입었기 때문에 숲속을 헤치고 다니다가 긁힌 거겠지요?”

 

숙정은 조사를 받으면서 양심의 가책 때문인지 고종은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울먹이고 있었다.

저는 남편이 무서워서 지금까지 한 번도 외간 남자와 관계를 한 적이 없어요. 이번에도 술에 취해 모텔까지 따라갔다가 갑자기 당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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