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은 가급적 제한해야 한다

 

서울구치소로 갔다. 여자접견실은 따로 있다. 변호인접견을 했다. 구속기간이 오래 되면 피고인은 자연히 지친다. 폐쇄된 공간에서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으면, 건강도 나빠진다. 정말 구속된 사람들은 불쌍하다.

 

피고인은 나이가 많아 수감생활을 무척 힘들어하고 있었다. 가급적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불필요한 구속이 남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판사들이 구속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속이나 징역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제도인지에 대한 학습이나 경험이 전혀 없어서 그렇다.

 

나는 대학 시절에 구류 20일을 경찰서 유치장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구금되어 있다는 것, 좁은 공간에서 자유를 박탈 당하고, 행동을 제한 받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먹고, 자고, 배설하고, 멍하니 있는 것이 얼마나 지옥 같은 것인지 느끼고 학습을 했다.

 

물론 1년씩 정식의 징역을 산 사람들에 비하면 ‘새발에 피’라고 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젊은 시절의 그런 경험은 내가 검사로서, 변호사로서 살아오면서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이어서 안양교도소로 가서 변호인접견을 했다. 5시 20분까지 장시간 사건에 관해 상의를 했다. 피고인은 초록색 노트에 자신의 사건에 관해 꽤 많이 적어놓았다. 사건 기록이 양이 많아서 감방 안에서 펴놓고 정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피고인은 노트를 10권 정도 가지고 있었다.

 

구치소나 교도소 접견을 가려면 사전에 팩스로 접견신청서를 보낸다. 현장에 도착해서는 신분증과 핸드폰을 맡기고 들어간다. 수감자에게 서류를 교부해도 무게를 잰다.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열심히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빨리 석방해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떻게 하면, 무죄를 받거나 형을 감형 받아야 하는 것이다.

 

감방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중 30% 정도는 억울한 사람들이다. 죄도 없는데, 뒤집어쓰고 들어온 사람, 자신이 한 잘못보다 더 많은 죄를 인정받는 사람, 법을 몰라서 자기 방어를 제대로 못한 사람들이다. 일부는 변호사가 불성실하고, 무책임해서 억울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가 안타까운 일이다.

 

교도소를 다녀오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과연 그 사람들이 그렇게 무거운 징역형을 받아야 할 정도로 잘못을 저지른 것인가? 판사들이 너무 기계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른 사람들의 진술만에 의해 징역을 사는 것도 문제가 심각하다. 인간이 만든 법을 인간이 적용하는 재판에는 분명 불완전한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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