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영원성(moon & eternity)

 

달이 환하게 대지를 비추고 있다.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날, 보름달을 보면서 그 영원성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달은 영원하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가로등과는 다르다.

 

가로등은 아무리 환해도 꺼질 수 있다. 사람들이 끄기도 하고 깨지기도 한다. 아무리 환하고 멋이 있는 가로등 빛이라도 한 순간에 무로 돌아갈 수 있다. 그 불완전성, 순간성 때문에 우리는 실망하기도 하고 질식하기도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뜨거웠던 사랑, 우리의 영혼을 모두 빼앗아 갔던 그 사랑이 어느 순간 변하고, 실종해 버릴 때 느껴지는 절망감! 그건 사람에게 있어 특유한 성질이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영원성을 갖지 못한다.

 

완전하다고 믿었던 사랑이 결국 두 사람의 관계에서 움직이고 있는 기와 기의 합치, 그것도 일시적인 합치였다고 생각하면 허망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달은 뜨겁지는 않아도, 아니 차가워 보여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영원성을 지니고 있다.

 

달이 변하는 것은 일시적인 모습일 뿐이다. 우리가 어떤 곳에서 바라 보느냐에 따라 약간 달리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깨닫지 못할 뿐이다. 달은 어느 곳에서나 똑 같은 모습으로 영원히 존재한다.

 

여러 가지로 변하는 달의 모습을 보는 인간은 스스로 가변성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생명의 유한성 때문에 항상 조급해 하고, 불안해 하며,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해 불만에 가득 차 있다.

 

설사 욕망을 충족시켜도, 욕망이 충족되는 순간 한계효용의 법칙에 따라 그 욕망에 만족하지 못하며 또 다른 욕망을 찾아 나선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샘물과 같은 욕망의 샘은 인간의 어리석음을 거울처럼 비춰주고 있다.

 

달을 보면서 사랑의 가변성과 달의 영원성을 비교해 보았다. 달을 닮고 싶었다. 달처럼 은은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사랑의 영원성을 추구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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