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마찰을 빚다
정현이 총장에 취임하자, 법무부에서는 검사인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현보다 선배 기수들은 모두 사표를 냈다. 정현이 선배들을 만류했으나, 후배가 총장이 된 마당에 선배들이 계속 검찰에 남아있는다는 것은 총장의 지휘권행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일단 사표 낸 검사들만 수리하고 검사 인사를 단행했는데, 인사발표가 난 후 또 다시 많은 수의 검사들이 사표를 냈다. 정현은 매우 곤혹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런 검찰인사관행이 문제다. 검찰총장이 바뀌면 대대적인 검사인사를 한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일까? 법무부장관이 바뀌어도 대폭 검사인사를 한다. 특히 검사장급 인사를 크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수시로 대폭적인 검사인사이동을 하는 것은 조직의 안정을 해치는 것이고, 국민들에게 커다란 불편을 준다. 뿐만 아니라 막대한 국가예산낭비다. 검사들도 이사를 하느라고 엄청 불편하고 고통을 겪는다.
아직도 검사들은 대체로 1년 내지 2년 단위로 근무지를 옮긴다. 근무지뿐 아니라, 같은 검찰청에서 근무해도 근무하는 부서를 바꾼다. 형사부에서 공판부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런 잦은 부서의 이동이나 근무지이동은 수사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전문성을 약화시킨다.
검사들도 가끔 국제회의에 참석한다. 검사들이 참여하는 국제회의에 가보면 외국의 경우, 특정 검사가 10년 넘게 그 회의에 참석한다. 완전히 전문가가 되어서 영어도 잘 하고, 회장단에 들어간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국제회의 참가자가 매년 바뀐다.
잦은 인사이동 때문이다. 영어도 잘 못하고, 가보면 아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되면 국제회의에 참가해서 얻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냥 회의자료와 참가자 명함만 얻어오고, 외국 검사들과 찍은 사진만 몇 장 추억으로 남기고 만다. 이래서는 안 된다. 어느 분야나 전문가를 키워야 하는 세상이다.
법무부에서는 사표를 낸 검사들에 대해 사표를 수리하고 다시 후속인사를 했다. 총장이 새로 임명되자 청와대에서는 검찰개혁을 확실하게 할 사람을 찾아서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려고 했고, 이런 이유로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해 온 최강공이 법무장관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최강공 장관후보자에 대해서는 곧 바로 야당에서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인사청문회 일정 협의 자체가 난관에 부딪쳤고, 야당에서는 집중적으로 후보자의 뒤를 파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최 후보 부인이 부동산투기를 많이 해서 재산을 축적했고, 군대도 부정한 방법으로 가지 않았고, 특히 홍콩에 유령회사를 설립해서 환치기수법으로 거액을 빼돌렸다는 내용이었다.
정현은 고민에 빠졌다. 일선 검사들은 이미 최강공 후보자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최 후보에 대한 검찰의 내사사실이 조금씩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최 후보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는 모든 문제의 배후에 정현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평소 정현과 최강공 사이가 나빴고, 정현의 총장으로 지명되는 과정에서 최강공이 앞장서서 반대를 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물론 정현은 최강공을 싫어했다. 최강공이 너무 정치적인 사람이고, 검찰에 대해 극도의 혐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강공은 검찰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검찰조직을 약화시키거나 위축시킬 위험성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정현의 내심의 의사를 간파한 것인지 일선 검사들도 최강공 후보에 대한 내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일부 검사들은 법무부장관 후보에 대해 검찰에서 직적 칼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잘못했다가는 검찰조직을 정쟁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현은 출근하면 곧 바로 최 후보에 대한 내사진행상황을 보고 받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언론보도의 내용을 분석했다. 여론은 완전히 양극화되어 있었다. 최 후보를 극도로 혐오하는 세력과 최 후보를 절대지지하는 세력이 양분되어 날이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극단의 대립구도를 보였다.
정현은 불안했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었다. 내사를 계속하자니 결과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내사를 해서 수사로 전환해서 끝내 의도하는 처벌을 하지 못하는 경우 정현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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