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특별수사를 받던 그룹회장이 미국에서 투신자살하다
수사팀은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 사건을 크게 보지 못한다. 그리고 매우 주관적으로 증거를 판단하고, 수사성과를 낙관한다. 하지만 정치적인 사건수사는 늘 그랬듯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사건관계인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도 큰 변수다. 특히 피의자나 피내사자가 아닌 단순한 참고인들의 경우에는 강제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에서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참고인들을 소환해서 조사하고, 검찰수사에 협조를 쉽게 받을 수 있었다. 협조를 하지 않으면 사업체도 망하고, 다른 사건을 수사를 해서 구속시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수사방식은 곧 바로 부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실제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나 수사팀과는 달리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장이나 검찰총장은 검찰의 직접수사에 대해 매우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정현은 보고를 받고, 일단 내사를 중지하라고 했다. 하지만 담당 수사팀은 겉으로는 중단한 것처럼 해놓고, 계속해서 최 후보자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청와대에서는 난리가 났다. 청와대에서 지명한 법무부장관후보자를 흠집내기 위한 수사를 하는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드는 처사라고 생각했다.
결국 정현은 결단을 내렸다.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모든 수사 내지 내사활동을 중지시켰다. 담당 수사팀은 총장이 너무 정치적으로 검찰을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아무도 겉으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정현은 간 밤에 술을 마시고 늦게 잠을 잤더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피곤했다. 7시경 일어나 조간신문을 펼쳤다. 1면 톱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소팔그룹 표필효 회장 투신’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여있었다. 정현은 깜짝 놀랐다. ‘아니, 이런 일이!’ 표 회장은 미국에 가 있었다.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외유중이었던 표 회장은 귀국을 늦추고, 말로는 미국에서 볼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댔지만 수사를 연기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언론을 통해 자신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었다. ‘조만간 들어가서 진실을 밝히겠다.’라고 거듭해서 무죄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표 회장이 미국 라스베가스 한 호텔에 투숙하고 있다가 15층 객실에서 아래로 뛰어내린 것이었다. 미국 경찰에서 부검을 하고 한국 총영사관에서도 현장에 나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소팔그룹 임원들은 즉시 라스베가스로 출발했다. 정현은 출근해서 그동안 소팔그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사들로부터 수사진행상황을 보고받았다.
“두 달 전에 소팔그룹에서 퇴직한 임원이 제보를 해서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회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고, 관계자들에 대해 조사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뇌물공여와 정치자금법위반, 비자금조성, 업무상횡령 범죄사실인데, 일단은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 불구속으로 수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병이 구속될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왜 자살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마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알았어요. 하지만 검찰에서 과잉수사를 해서 자살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단단히 챙겨요. 그리고 내사사건은 빠른 시일 안에 종결하도록 해요.”
“예. 알았습니다.”
언론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검찰에서 표 회장에 대해 강압수사를 하고, 정치적인 의도로 표적수사를 했고, 표 회장은 검찰의 그러한 부당한 처사에 견디지 못하고 미국으로 피했다가 끝내 자살에 이른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었다. 표 회장이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주었다고 하는 정당이 야당이고, 그에 대한 증거는 하나도 없는데, 검찰에서 사건을 종결시키지 않고, 계속 언론플레이를 한 잘못이 있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정현은 억울했다. 검찰에서는 내부 제보가 있어 내사를 했던 것이고, 압수수색을 해보니까 비위사실이 드러났고, 그렇지만 신병을 구속하지도 않고 해외로 나가는 것도 막지 않았는데, 이러한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표 회장측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검찰을 때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표 회장이 미국에서 자살했기 때문에 사망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 어려웠다.
표 회장은 지난 번 대통령선거 때 야당의 후보를 후원했다. 야당 후보와 고향이 같고,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관계로 매우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도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정치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소문이 났다.
그러나 그 후보는 선거에서 패배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이 때문에 표 회장은 국세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게 되었다. 특별세무조사를 하게 된 이유나 계기, 사유는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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