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사랑하면 두 개의 별이 동시에 빛난다
별이 빛나고 있다. 어두운 밤에 별을 보고 있으면 인간은 아주 작게 느껴진다. 존재라고 하기에도 곤란하다. 거대한 우주 속에서 인간은 한 점 먼지에 불과하다. 그 초라함을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운명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된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영혼의 고향은 어디인가? 알 수 없다. 아무리 위대한 영적 지도자나 철학자가 그에 대해 자신 있는 결론을 내리고 근거를 제시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아무런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불가지론에 빠지고 만다.
영혼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영혼에 빛이 있다는 사실은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다. 영혼으로부터 나오는 빛은 별이 뿜어내는 빛보다 훨씬 더 강렬하다. 영혼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연결되어 있고, 별과 달리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면 한 개의 별이 반짝인다. 별은 출생과 관련이 있다. 한 사람이 떠나면 별 하나가 빛을 잃는다. 별은 죽음과 관련이 있다.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사랑하면 두 개의 별이 동시에 빛난다. 사랑은 하나의 별에서 다른 별로 옮겨간다. 그럼으로써 두 개의 별은 하나가 된다. 사랑은 새로 탄생한 별에 영원한 흔적을 남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별을 보아야 한다. 두 사람이 함께 찾은 아름다운 별 속에 사랑을 묻어야 한다. 그래야 변하지 않는다. 평생 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영원히 보존된다. 그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믿음이고 신앙이다.
6월도 다 지나가고 있었다. 처음 선 보일 때 화사함을 마음껏 자랑했던 장미도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단순한 푸근함으로 바뀌었다. 붉은 색의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던 그녀는 하나의 구원이었다. 그녀는 장미를 연상시켰다. 그래서 장미를 보면 언제나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생명이 가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추상적이었던 삶을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게 해 주었다.
산다는 건 목숨만을 유지하는 건 아니다. 삶에는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 가슴이 차가우면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 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함께 갖추려고 애썼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슴과 머리가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갑자기 머리 속이 어지러워졌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의미를 순식간에 잃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런 의문들이 머리 속으로 밀려들었다. 갑자기 어려운 질문들이 공룡처럼 커다란 무게로 짓누르고 있었다. 견딜 수 없는 억압에 눌린 채 가만히 있었다.
졍현은 눈을 감았다. 지난 10년의 세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오직 일에만 파묻혀 살았다. 나름대로 생각했던 정의를 지키려고 발버둥 쳤다. 그리고 오로지 한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영혼까지 던졌던 사랑이었다.
그런데 지금 남은 것은 무엇인가? 슬픈 화석으로 변해 버린 사랑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현은 평소 잘 듣는 곡을 찾았다. Kansas가 그토록 열창하던 Dust in the wind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I close my eyes/ Only for a moment/ And the moment's gone/ All my dreams/ Pass before my eyes a curiosity/ All they are is dust in the wind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사랑은 시작은 곧 고통으로 이어지고 방황의 출발이다 (0) | 2020.07.12 |
---|---|
영원한 사랑도 우연한 만남을 전제로 한다 (0) | 2020.07.10 |
사업가가 비밀별장을 만들어놓고, 공직자들과 비밀파티를 하다 (0) | 2020.07.09 |
검찰의 특별수사를 받던 그룹회장이 미국에서 투신자살하다 (0) | 2020.07.08 |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마찰을 빚다 (0) | 2020.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