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사랑에는 언제나 대상이 존재한다. 그 대상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다.
하지만 누구나 사랑할 때 상대방의 정확한 내면을 알지 못한다. 그것은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많은 것을 감추거나 분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 이미 상대방에 대해 좋은 선입관을 가지고 그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인식과 판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모순이며, 사랑이 일반적인 거래와 다른 점이다. 상대방에 대한 파악이 불충분한 것은 나중에 많은 불행이 초래된다. 롤랑 바르트도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나는 이런 모순에 사로잡힌다. 나는 그 사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또 그에게 그 사실을 의기양양하게 시위한다(“난 당신을 잘 알아요. 나만큼 당신을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거요!”). 그러면서도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도, 찾아낼 수도, 다룰 수도 없다. 나는 명백한 사실에 부딪히게 된다. 나는 그 사람을 열어젖혀 그의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수수께끼를 풀어헤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는 어디서 온 사람일까? 그는 누구일까? 나는 기진맥진해진다. 나는 그것을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지음, 김희영 옮김, 195쪽에서 -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쉽게 착각을 한다. 상대방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구체적으로 그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면 별로 아는 것이 없다. 그의 진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통스럽다. 그것이 사랑의 모순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 내가 알고 있는 그의 모습에 그냥 만족하면 된다. 그것을 다시 왜곡하지 마라. 상대방의 진실한 모습을, 완벽한 존재의 모습을 찾아내려고 하지 마라. 자신의 눈에 비친 그의 현재의 모습이 그의 존재의 그림자라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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