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이미지와 사랑의 함수관계
자신의 이미지를 잘 관리해야 상대방을 사랑에 빠뜨릴 수 있다. 이때 이미지는 정신적 이미지도 있지만, 대개는 육체적 이미지를 의미한다. 스포츠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운드에 서서 최선을 다하는 투수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다. 이 때문에 팬들이 생기고, 이성으로 사랑의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
정신적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진지한 자세로 무언가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은 순수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그런 이미지 때문에 상대방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가난한 시인을 사랑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베르테르가 로테를 발견했을 때, 로테는 빵을 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라디바의 주인공 하놀드가 사랑한 사람은 걸어가고 있는 여인, 그것도 저부조의 틀 속에 포착된 모습이었다.
이렇듯 나를 매혹하고 황홀케 하는 것은 어떤 상황 속에 있는 육체의 이미지이다. 내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작업하는 모습이 나를 흥분케 한다. 늑대 인간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젊은 하녀 그루샤도 무릎을 꿇고 마루를 닦고 있었다.
작업 중의 자세란, 어떻게 보면 이미지의 순진성을 보장하는 것이기에, 그 사람이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모습, 혹은 그의 무관심의(내 부재에 대해) 기호를 보내면 보낼수록 나는 더 확실히 그를 놀라게 할 수 있으며, 그것은 마치 사랑하기 위해서는 기습과도 같은 고대의 유괴 양식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과도 같다.>
- 롤랑 바르트 지음, 김희영 옮김, 사랑의 단상, 278쪽에서 -
사랑에 빠지는 현상을 분석해보면 거기에는 분명 순간적인 이미지의 연상작용에 의해 강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수하고 청순한 이미지는 바로 본인이 의도하지 않고 있는데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주관적인 인식에 의해 이루어진다.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람에게서도 강렬한 순수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에게서도 사랑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능력이 숨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것을 가감없이 모두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연인 앞에서는 시도 읽고, 로맨틱하게 보이기도 해야 한다. 비가 오는 날에 센치하게 밖에 나가 우산속에서 커피도 마셔야 한다.
결혼해서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철학책도 읽고, 집에서는 가급적 내복 차림으로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 품위를 지키는 것은 결국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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