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다 걸린 여자가 남편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집에 들어가지 못하다>
경희는 현재 상황이 그래서 연락하지 말자는 말을 이해는 했지만, 막상 영식이 그런 말을 먼저 꺼내는 것을 보고, 갑자기 울컥했다. ‘이런 사람을 믿고, 몸과 마음을 주었다니, 정말 실망이다. 저렇게 밖에 말을 할 수 없는 것일까?’
만일 경희가 남자 입장이었다면, 자신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당분간은 조용히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내가 책임질 것이니, 기다려요. 이혼을 하든 안 하든, 우리는 장난한 것이 아니니까. 서로 변하지 말고 기다려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게 남자로서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영식은 남자답지도 않고, 정말 경희를 사랑했던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경희를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경희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싫어졌다. 경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식의 휴대전화에는 부인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있었다. 심지어 음성메시지까지 남겨져 있었다. 영식이 아무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가지 않으니 부인은 몹시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영식의 부인은 얼마나 딱한 처지인가? 남편을 가장이라고 믿고 자식들과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는 여자였다.
남편이 자주 늦게 들어오고 조금 수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었다. 설마 다른 여자와 모텔까지 들락거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남편은 지금까지 아무리 늦어도 전화는 꼭 해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늦게까지 전화 연락도 없이, 전화를 받지도 않고 소식이 없으니 무슨 사고를 당했는지 걱정이 되었다.
부부란 일심동체이며, 평생 동고동락을 하는 공동생활체다. 내것 네것 없이 뒤섞여 같이 먹고 같이 자고, 생활하는 무촌(無寸) 관계다. 그래서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항상 부부 사이에서 먼저 말하고 함께 좋아하고, 함께 걱정하게 된다.
영식의 일은 전혀 달랐다.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인데도 정작 가장 가까운 부인에게는 말을 꺼낼 수 없는 성질이었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일인가? 막상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리 속은 완전히 하얗게 비어있는 것 같았고, 세상은 온통 까맣게 먹구름이 끼여있는 것처럼 보였다.
슬픔이 강물처럼 밀려왔다. 슬픔의 강물에 영식은 파묻혀 멀리 멀리 떠내려가고 있었다. 외로운 영혼이 자신의 육신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영식은 일단 집에 들어가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경희는 남편을 볼 면목도 없고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지 않고 외박을 했다가는 일이 더 커질 판이었다. 그래서 일단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경희는 집 앞에 이르러 전화를 했다. 남편은 받지 않았다. 집에 가서 벨을 눌렀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집에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 같은 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친정집에 알릴 수도 없었다. 영식은 이미 집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고, 경희는 혼자서 어디 갈 곳을 잃은 철새가 되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처지였다.
부부싸움을 하다 보면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열쇠는 가지고 있지만, 안에서 빗장을 걸어놓으면 밖에서는 열 수가 없다. 아무리 벨을 눌러도 안에 있으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정상적이면 밖에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반갑게 맞아주어야 할 부부 사이에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떤 심정일까?
남의 집을 방문했다가 주인이 없어 못 들어가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자신의 집이고 둥지를 틀고 사는 보금자리다. 그곳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과 가장 가까운 배우자에 의해 거부당하는 것을 느껴 보라. 얼마나 외롭고 세상이 황량하게 느껴질까?
문을 열어주지 않는 반대 당사자의 마음도 똑 같다. 아니 더할 수 있다. 그래서 가급적 부부싸움은 하지 말아야 한다. 싸우더라도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몰고가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가 받는 상처가 너무 깊고 크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다.
경희는 자신이 이렇게 비참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사랑이고 무엇이고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사랑보다는 삶이 중요하다. 생존이 우선이다. 사랑은 사치고 부수물이다.’ ‘내가 어리석어서 소중한 가정을 잠시 잊어버리고 낯선 사랑에 빠졌다. 그 허망한 사랑에...’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 전 애인이었던 남자가 유부녀의 과거를 가지고 협박을 하다 (0) | 2020.08.10 |
---|---|
바람을 핀 유부녀도 불륜의 원인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 (0) | 2020.08.10 |
<불륜의 두 사람은 피해자인 남편에게 위자료 3천만원을 지급하기로 각서를 써주다> (0) | 2020.08.09 |
불륜의 현장에서 붙잡힌 남자와 여자가 위자료를 지급하기로 각서를 쓰다 (0) | 2020.08.08 |
남녀 간의 모텔에서의 성관계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0) | 2020.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