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잎

 

 

바람의 자취를 따라

그곳으로 다가갔다

낯선 관계의 서러움은

모두 잊어버리고

솔잎을 만난다

 

그들은 순수였다

바람을 따라 사는

추상화된 언어였다

 

그들은 향기였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함이었다

 

삶의 찌든 때를

벗어던지고

그들은 알몸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곳에 문신이 있었다

가슴에 진하게 새긴

글자는 솔잎이었다

 

가슴에도 솔잎이 있었다

깊은 산속에서 만났던

솔잎의 향기가

알몸에도 배어있었다

 

우리가 취했던 건

솔잎 때문이었다

 

마침내 그들은 떠났다

알 수 없는 곳으로

다시 찾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으로

 

우리는 절망했다

향기를 잃은 건 솔잎이었다

솔잎을 잃은 건 달빛이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슴의 눈물  (0) 2020.09.05
호수의 슬픔  (0) 2020.09.05
사랑이 아픔일지라도  (0) 2020.09.03
<그때로 돌아가요>  (0) 2020.09.02
<처음처럼 그때처럼>  (0) 2020.09.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