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살기 혈투>에서 살아난 자와 패배한 자>
마침내 심판장이 판결을 선고한 날로부터 한 달이 되었다. 드디어 <죽기살기 혈투>의 날이 밝았다. 사람들이 구경을 해서는 안 되는 격투였기 때문에, 장소는 깊은 산속에 있는 숲속의 평지로 정했다. 몇 기의 분묘가 있는 곳이었다. 분묘가 있는 곳을 선정한 이유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격투이기 때문에 싸움의 당사자들이 <죽음>을 실감하도록 하려는 심판장의 사려 깊은 배려때문이었다.
참관인은 음복수와 나질속이 부른 가족이나 친척 또는 가까운 지인 중에서 한 사람씩 허용되었다. 그리고 심판장과 심판원 두 사람이었다. 또한 만일의 불상사를 대비해서 삽과 곡괭이로 무장한 경비담당자 5명이 외주 용역으로 왔다.
경기에 앞서서 심판장이 먼저 두 사람에 대한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심판장은 미리 준비한 체중계로 두 사람의 체중을 쟀다. 한 달 전에 잰 체중과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되었다. 음복수는 72킬로그램, 나질속은 80킬로그램이 나갔다. 두 사람 모두 체중에 있어서는 합격이었다.
두 번째 격투를 하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재산상속에 관한 유언장을 작성하라고 한 지시도 모두 이행이 되었다. 음복수는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써왔기 때문에, 유언장을 쓸 필요도 없었다.
음복수는 자신은 유언을 종이에 하지 않고 고향에 있는 바닷가에 가서 백사장 위에 써놓겠다고 했다. 유언의 내용은, ‘나는 바다에서 와서 바다로 돌아갔다>라고 쓸 것이라고 했다.
심판장은 음복수에게, “그런 유언장을 바다에 쓰던 화장실 변기에 쓰던 너의 자유이다.”라고 선언했다. 음복수는 심판장이 자신에게 유언장을 쓸 자유와 권리를 인정해주었다는 이유로 가벼운 눈물을 흘렸다.
세 번째 격투사실을 비밀로 하라는 지시를 제대로 지켰는지도 확인했다. 모두 잘 지킨 것 같았다. 아직까지 유튜브에 올라오지 않은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가짜뉴스로도 나오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두 사람 모두 심판장의 명령을 잘 지켰기 때문에 심판장은 흡족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지시사항이었다. <여자관계금지명령>이었다. 음복수가 이런 심판장의 무시무시한 특별명령을 어기고 참지 못하고 젊은 여자를 자신의 원룸에 끌어들여 성관계를 진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명령위반사실은 당시 라이벌인 나질속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되었고, 그에 대한 명백한 물적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나질속이 심판장에게 이메일로 보고를 해놓았다. 나질속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음복수 저놈은 죽었다. 심판장이 명령위반죄에 대해 박살을 낼 거야. 그러면 오늘 경기는 하지 않아도 내가 승자가 될 것이야.’
이 명령위반에 관해서 심판장은 무척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갑자기 코를 세게 풀고, 큰 아름나무에 자신의 머리를 세 번 세게 박았다. 주변 사람들은 놀랐다. 심판장이 무슨 이유로 저렇게 자해를 하나 궁금했다. 심판장은 심판원에게 나뭇가지를 세 개 꺾어서 가져오라고 했다. 심판원이 등산용 칼로 나뭇가지를 깍어서 세 개 만들어다 바쳤다.
“음복수는 분명 여자관계를 했고, 나질속은 그때 나에게 보고한 시간이 1분이 지났어. 너희들은 인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저질이야. 도대체 심판장을 어떻게 알고, 하지 말라는 여자관계를 하고, 또 나질속은 1시간 내 보고를 하라고 했으면 제대로 해야지, 1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다가 1분이나 지나서 겨우 그걸 보고라고 했나? 이 썩을 인간들아! 너희들이 나를 썩어빠진 고목이라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어. 옛날 내 성질 같았으면 너희들은 내가 반쯤 죽였을텐데, 오늘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라서 특별히 봐준다. 그러니까 오늘 경기에 성실하게 임하고, 싸움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알았나!” “옛! 예~”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웃통은 벗고, 짧은 바지만 입고 싸움에 임했다. 코로나사태 때문에 걱정은 되었지만 모두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싸움 장소는 가로 세로 각 5미터였다. 만일 경기장 밖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경비원들이 깍아놓은 나뭇가지로 두 사람을 사정없이 팼다.
10분쯤 지나니까 두 사람 모두 피투성이가 되었다. 얼굴이 퉁퉁 부어서 누가 누구인지 식별이 되지 않았다. 한 시간이 되자 결국 음복수가 항복을 했다. 심판장은 두 사람을 앞에 세워놓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음복수는 앞으로 나질속을 형님이라고 부른다. 음복수는 나질속에게 천만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질속은 너무 기뻤다. 음복수의 애인을 건드려놓고,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형님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음복수로부터 천만원까지 받게 되었다.
물론 음복수는 재산이 없고, 그것만 두쪽 차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돈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나질속은 나중에 정 안 되면, <베니스의 상인>처럼 음복수의 그 두 개를 칼로 베어달라고 할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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