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름을 잘 지었기 때문에 <민첩> 아버지는 첩을 떼어버렸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거친 다음, 나질속은 오래 데리고 있던, 음복수의 애인과 헤어지게 되었다. 그 이유는 나질속이 그 여자 때문에 너무나 많은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신체적인 고통도 겪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 여자가 음복수가 감방에서 나와서 나질속과의 관계를 따지고 물었을 때, 비겁하게 저 혼자 살기 위해서 나질속이 강제로 강간을 했다고 거짓말을 해서 하마터면 강간범으로 징역을 가거나, 음복수로부터 살해를 당할 곤경까지 빠뜨렸기 때문이었다.
나질속은 평소, 사람이 한번 악해지면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다. <악한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어떤 나이 든 사람이 페이스북에 써놓은 글인데, 그 글을 본 나질속은 그 말이 진리라는 것을 마치 정수리에 벼락을 맞은 것처럼 순간적으로 지금까지 읽은 글 중에서 가장 <명언>이라는 인식이 뼈속까지 깊이 파고들어가 새겨졌던 것이다.
그래서 나질속은 그 후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한번 나쁘다는 생각이 들면, 곧 바로 그 사람의 핸드폰번호를 삭제하고 차단해버렸다. 돈을 꾸어준 사람도 더 이상 돈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끊이버렸다.
서로 알던 여자와 잠자리를 하러 모텔방에 갔다가 성관계를 하는 도중에 그 여자가 나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면, 그 자리에서 성교를 중단하고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텔을 나온 다음 그 여자의 전화번호를 차단하는 과단성을 보여주었다.
이런 경우 상대 여자는 갑자기 이 남자가 정신이 이상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자 역시 더 이상 나질속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여자 입장에서는 나질속이 정신이 이상하게 되어, 그 여자를 악마로 오인하고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서 여자를 찾아와서 칼을 들이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여자는 어떻게 남자가 저렇게 성교 도중에 그냥 나갈 수 있는지, 그것만은 절대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갈 때는 가더라도 일은 끝내고 가는 것이 원칙 아닐까 하는 것이 여자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아무튼 이번 일로 나질속의 첩은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그동안 강한 <전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배경>으로 물러나고, 이제 미해결 과제는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무척 홀가분했다.
나질속의 본부인인 민첩의 어머니는 아들 이름을 지어준 그 역학자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다만, 아들 이름 때문에 남편이 첩은 떼어버릴 수 있었지만, 아들을 부를 때 ‘첩아!’라고 첩자를 넣어서 부르는 것은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민첩의 이름은 원래 민첩의 아버지가 바람을 피고 첩을 두었기 때문에 민첩 어머니가 신랑이 데리고 있는 첩을 떼어버리기 위해 부적 대신 아들 이름에 ‘첩’자를 넣고, 첩을 없앤다는 의미에서 ‘민’자를 넣은 것이었다.
‘민자 무늬’ 또는 ‘첩을 민다’는 이중적 의미에서 역학자가 지어준 것이 일단 역학자 말대로 첫 번째 첩은 당초 예정한 3년 이내에 떨어져나갔지만, 민첩의 어머니 입장에서는 그 후에도 신랑이 바람을 필까봐 늘 걱정하고 있었다.
민첩 어머니는 그럴 것 같으면, 처음에 아들 이름을 <민첩>이라고 하지 말고, 아예 무첩(無妾) 또는 무녀(無女), 불능(不能) 같은 이름으로 지어서 남편에게 첩이나 외간 여자가 애당초 접근불가능하게 할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민첩의 아버지가 사업수완이 좋아서 돈을 잘 벌고 있고, 또한 타고난 성격상 씀씀이가 좋고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성격이서 특히 불쌍한 여자들에게 잘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젊고 예쁜 여자도 좋아했지만, 나이 들어 사별하고 혼자 사는 여자나 남편에게 두들겨맞고 이혼당한 여자에게도 측은지심이 발동해서 술 사주고 밥 사주는 일을 자주 해서 동네에서 인기가 좋았다.
다만, 민첩 아버지는. ‘절대 유부녀나 애인 있는 여자는 만나지 않는다. 불륜의 여자는 악마고 꽃뱀이고 가시 있는 장미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지난 번 데리고 있던 여자도 혼자 있고,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숫처녀라고 해서 많은 돈을 들여서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옛애인이라고 자처하는 깡패 건달이 감방에서 튀어나와 주인 행세를 하면서 여자의 얼굴에 염산을 뿌리고, 더 나아가 민첩 아버지를 죽이려고 난리를 친 역사적인 사건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 깨달은 만고의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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