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의 상념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다. 다른 사람에게 운명을 맡기지 않는다. 자신이 걸어갈 길을 선택한다.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전날 밤의 어떤 인상으로 행복한 상념 속에 온몸이 나른한 채 잠에서 깨어난다. “어젯밤 X.....는 근사했었어.” 그것은 무엇에의 추억일까? 그리스인들이 카리스(charis)라고 불렀던 것? 그런데 카리스란 ‘눈의 광채, 육체의 빛나는 아름다움, 욕망하는 대상의 광휘’를 뜻한다. 나는 고대의 카리스란 말의 의미에서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내 욕망에 몸을 내맡길지도 모른다는 상념을, 희망을 덧붙여 본다.>

-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지음, 김희영 옮김, 39쪽에서 -

 

사랑하는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는 항상 가변적이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그는 멀리 떨어진다. 내가 정지해 있으면 그 역시 정지한 상태로 있다. 내가 뒷걸음질치면 그는 나를 향해 질주해 온다.

 

‘난 너 때문에 숨 쉬고 난 너 때문에 웃는 사람/ 난 너의 사랑에 메말라/ 널 향해 내 심장은 밤새도록 계속 뛰고 있어/ 그대는 아직 내 가슴에 살아요’(인터쳐블, 가슴에 살아, 가사 중에서)

 

우리는 때로 중대한 착각을 일으킨다. 사랑 아닌 현상을 사랑이라고 믿고, 진정한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방치하기도 한다. 이런 착시현상은 사랑의 본질에 비추어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착각을 일으키지 않고 정확한 판단만을 할 수 있다면 그 많은 사랑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언제나 온유한 따뜻함이다. 사랑처럼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은 없다. 아무리 강한 성격의 사람이라도 사랑 앞에서는 연약한 봄날의 새싹처럼 부드러워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딱딱한 껍질에서 벗어나야 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마음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뛰쳐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셔야 한다. 앞에 펼쳐져 있는 초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아야 한다.

 

그곳에는 멀리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가슴이 넓은 왕자와 연한 미소를 띄고 있는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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