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쓴 편지>
너와의 뜨거운 공백 앞에서
울고 싶었다
진한 녹색의 나뭇잎은
삶의 정점을 보여주는 역설이며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도시의 어둠은
우리의 현실이다
한낮의 더위는 운명처럼 찾아왔다
작열하는 태양은 받아들이면 성장이고
거부하면 죽음이다
태양 앞에서 모든 존재는
삶과 소멸을 선택해야 한다
깊어진 사랑도 똑 같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사랑은 모진 운명처럼 다가와
삶과 죽음의 선택을 강요한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열기를 내뿜는 아스팔트 위에서
히말라야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
눈보라에 파묻혀 사라져가는
등반대원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건
한 여름의 모순이고
한 겨울의 이상이다
술에 취해 편지를 쓴다
편지에 담긴 진실은 역사에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고
내 마음 한켠에 뒹굴고 있는
색 바랜 편지지 위에 써놓은 사랑의 진실
그 앞에서 한 영혼의 순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