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사랑>
비가 내리는 낯선 도시에는
밤이 오기도 전에
수은등이 켜지고
빗물에 젖은 마음들은
길거리에 뒹굴고 있다
사랑을 찾아 나섰던 사람들은
욕망을 채우지도 못한 채
아스팔트 위에서 울부짖고 있고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화살을 쏘아 올리고 있다
사랑의 탑은 무너지고
꽃잎들이 강물에 떠내려가는
외로운 시간에
술잔 부딪히는 소리만이 귓전을 때린다
얼마나 더 가슴이 아파야 할까
얼마나 더 눈물을 흘려야 할까
사슴의 순수를 배우기까지는
목련의 순정을 알기까지는
비에 젖은 마음이
슬픔과 슬픔 사이에서
촛불을 켜고
권태에 지친 허망한 존재들은
삶의 의미조차 알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보도블록 위에
곧 지워질 이름들을 써놓고
사랑이라는 허상 앞에서
영원을 약속하며 집착하고 있다
비내리는 이밤에
그들도 사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