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의 별>

 

바람은 숲속으로 들어가서는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항상 그랬다. 바람이 멈추는 곳은 숲속이었다. 그곳에서 바람은 잠들고, 사랑은 꿈을 꾸고 있었다. 언제 보아도 5월의 산은 싱싱했다. 풋과일 내음처럼 우리를 자극했다. 신록의 산뜻한 감동을 느끼며 나는 중부고속도롤 탔다.

 

아침 햇살의 강렬함은 느껴야하는 것이다. 차 안에서는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모든 짐을 내려놓으면 몸은 가벼워진다. 우리가 메고 있는 배낭 속에 혹시 불필요한 것이 들어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몇 백년을 먹을 양식을 담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 하루 일용할 양식과 마실 물과 들이킬 공기다. 금과 은, 다이아몬드는 불필요한 사치품이다.

 

가슴 속에 별을 담고 살고 싶었다. 달에 걸려 있는 은빛 사과(Silver apple of the moon)를 따서 광주리에 담아 두고 싶었다. 아니 따서는 안 될지 모른다. 에덴동산의 선악과처럼 우리가 손에 쥐어서는 안 되는 것인지 모른다.

 

강한 바람이 내 가슴을 향해 돌진해 왔다. 가슴 속에 들어가 멈췄다. 바람이 잠자고 있는 것을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주었다.

 

시골길은 한적하고 아름다웠다. 길가에 유채꽃이 만발한 곳이 있었다. 유채꽃은 아주 진한 노란색깔로 사랑의 아픔과 슬픔을 표현하고 있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그 길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잡을 수 없으므로 사랑은 더욱 진해지고, 그 사랑은 스스로 안에서 응어리지고 있었다. 떠난 사랑은 기억으로만 남는다. 보내지도 못하고 손에 쥐고 있는 사랑은 가시가 되어 손을 찌르며 가슴 속에 한을 남긴다.

 

가슴에 고인 사랑의 쓴물은 토해내지도 못하는 삶의 멍에가 된다. 그래도 어찌하랴?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 앞에서 사랑의 강한 팔에 눌려 숨조차 쉬지 못하는 것이 연약한 사람인 것을 알면, 그 누구를 탓하랴. 바람은 유채꽃에서 머물지는 않았다. 숲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서서히 해가 지고, 금빛 사과(Golden apple of the sun)는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대신 땅거미가 내리고 주변은 아직은 조명이 필요치 않는 여광으로 삶의 여백을 채우고 있었다. 이때가 가장 찬란하다. 이때가 가장 운치 있는 시간이다.

 

패티 김의 노래를 듣는다. 혼자 듣고 있는 패티 김의 노래는 정말 강동적이었다. 가슴이 뭉클해졌고, 내 마음은 그 노래에 따라 혼자 멀리 여행을 떠났다. 아주 오랫동안 그 노래들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잠이 들기 전까지 은빛 사과를 떠올리고 있었다.

 

'사랑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앞에 서다>  (0) 2020.09.19
<가을 커피>  (0) 2020.09.19
유부녀는 위험한 장미!  (0) 2020.09.19
사랑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 놓자  (0) 2020.09.17
<사랑은 무엇일까?>  (0) 2020.09.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