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아름다운 슬픔>

 

가을은 어디에나 있었다. 파도처럼 밀려온 가을은 내 몸 전체를 감쌌다. 가을에 둘러 쌓인 나는 가을 구름을 타고 먼 곳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 언덕에는 나무들이 많았다.

 

나무 사이로 가을 해가 지고 있었다. 해는 묘한 색깔을 띠고 있었다. 붉은 색이 주변의 어두움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제 곧 지게 될 해는 천천히 서쪽 산에 다가가고 있었다.

 

서서히 지는 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해는 배경이 되는 나무들에 따라 달리 보였다. 소나무 사이에서, 단풍나무 사이에서, 잎이 다 떨어진 나목 사이에서 해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해가 저렇게 아름답다니! 해가 그토록 언덕 위의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놓고 있었다. 해가 가을을 머금고 있었다. 가을은 해에 어깨를 기댄 채 행복한 모습이었다. 해가 서산 너머로 가을을 껴안고 갈 것처럼 보였다.

 

언덕에는 낙엽이 많이 쌓여 있었다. 인적이 드문 그곳에는 낙엽 소리가 유난히 바삭거렸다. 낙엽은 소리였다. 낙엽은 바람소리와 함께 떨어진다. 바람에 날리면서 땅위를 뒹굴게 된다.

 

우리는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와 땅 위에 뒹구는 소리를 듣게 된다. 낙엽은 밟히면서 고독을 알린다. 때로는 낙엽은 태워지면서 슬픈 울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낙엽을 보면 생명의 소리를 듣게 된다. 낙엽 하나 하나에 소리 나는 장난감 테입을 숨겨 놓은 것처럼 보였다.

 

낙엽은 사랑과 이별을 알리는 메신저다. 낙엽 따라 사랑은 떠나가도 그 낙엽은 사랑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남겨 놓는다. 낙엽에는 우리가 사랑하면서 겪었던 애틋함, 붙잡지 못하는 답답함, 헤어져야 하는 아픔, 잊지 못하는 미련 등이 담겨 있다. 낙엽은 그래서 슬픈 사랑을 상징하는 작은 조형이다.

 

아직은 우리가 사랑할 때다. 조금이라도 사랑에 가까이 다가가 있어야 할 때다. 사랑이 비록 우리를 속일지라도 기꺼이 사랑 앞에서 목 놓아 울어야 한다. 사랑 때문에 아프더라도, 사랑 때문에 눈물을 흘리더라도 우리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음을 알고 있다.

 

마침내 해가 보이지 않았다. 가을만이 남았고, 낙엽은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우리의 사랑도 깊어가는 가을 밤에 잠이 들었다. 사방이 고요하다. 가을과 낙엽, 그리고 사랑이 모두 잠들면 나는 조용히 밤 하늘을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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