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처>

 

 

밤이 깊어

풀벌레소리도 숨을 죽이면

사람들은 강물에 가슴을 담근다

 

사랑을 찾아 나섰던 사람들은

낯선 도시에서 상처를 받고

술병을 손에 든 채 잠이 들었다

 

꿈을 심었던 정원에는

고독한 철학자가 남긴 슬픔만이 있을 뿐

해마다 찾던 철새도 발을 끊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들은

허망한 게 사랑이라며

고개를 저었고

아직도 삶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사랑해야 살 수 있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개 너머로 달이 기울면

어제 배달된 세월의 편지를 읽는다

긴 세월 속에 쓰여진 편지에는

행복과 불행도, 기쁨과 슬픔도

모두 색이 바랜 채

역설로 반기를 들었다

 

상처주기 보다는

상처 받는 것이

미워하기 보다는

미움 받는 것이 나았는데

술에 취해 바라보는 별들과

가슴이 훵해 쏘아보는 나무들은

우리에게 그 무엇이란 말인가?

 

바람을 따라 다가온

그리움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바람을 따라 가버린

이별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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