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는 길>
비바람이 치고
어둠까지 내리면
슬픈 사랑이 떠난다
맑은 음성, 연한 미소
강물이 꿈틀대는 언덕 위에
피어오르는 아련한 안개
그 속에서 시간은 정지한다
차라리 잊혀졌으면
영원히 사라졌으면
잡을 수 없는 기억은
내 것이 아니었으니
보이지 않는 것도
시야를 가리며
들리지 않는 것도
귀를 막고 있는
너와 나
그리움은 통곡한다
가슴 속에 틀어박혀
빼내지지 않는 애틋함
슬픈 형상을 지우고
다시 너의 이름을 부른다
그때 돌아서는 길에는
달맞이꽃도 수줍어하고
진한 아픔이 떨어지면
가을은 숲을 찾고
애증의 상처는 유성처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