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구속과 고통

 

사랑은 아무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밤새 내리는 눈처럼 쌓여만 간다. 자고 일어나면 하얗게 덮히는 눈과 같이 우리 마음을 순하게 만든다. 첫눈에 반한 사랑 때문에 우리는 정신을 잃고 빠져 들어간다. 누가 말릴 수 있으랴?

 

사랑은 감미롭다. 아름답게 흐르는 음악처럼 우리를 녹여 내린다. 사랑하게 되면 모두 시인이 된다. 들꽃을 보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흐르는 시냇물에 마음을 씻는다. 가슴 속에서 부질없는 욕심을 덜어내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채워 넣는다. 그래서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한다. 때론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사랑 때문에 왕관까지 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랑에는 가시가 있다.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다. 나중에 심장을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시다.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비참한 인생이 되기도 한다. 사랑 때문에 행복한 사람도 많지만 사랑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인생도 적지 않다. 그것이 인생이고 사랑이다. 그것이 행복이고 파멸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빛과 그림자와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에는 반드시 약속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사랑의 약속은 사랑의 생명이고 본질이다. 그것 때문에 사랑은 지속된다. 효력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사랑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가는 무엇인가? 사랑의 약속위반은 다른 약속위반과는 전혀 다르다, 상대방에 여기에 목숨을 걸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배신 당한 사람이 죽던, 배신한 사람이 죽음을 맞던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꼭 죽음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사랑의 배신에는 보복이 따를 수 있다. 엄청난 피의 보복이다. 오뉴월에 내리는 서릿발이 꽃힌다. 평생을 저주하며 원망한다. 그런 저주와 원망 때문에 무서운 재앙을 당하기도 한다. 그걸 인과응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처음에는 좋지만, 곧 바로 사랑의 강한 구속을 받게 된다. 그 구속은 보통 강한 것이 아니다. 온통 거미줄을 쳐놓고 감시망을 펼친다. 24시간 밤낮 없이 감시카메라가 따라다니는 것과 같다. 보통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다.

 

이런 사랑의 구속을 잘 참고 견디거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안주하는 사람들은 혼인주례사에서 많이 듣는 것처럼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일부일처제의 관습대로 서로 사랑하고 아이들을 낳고 출세하고 돈을 모아 잘 산다. 오손도손 살아가는 재미에다 가정의 평안함도 맛본다. 노후에도 편안히 잘 지내고 외롭지 않게 살아간다.

 

그러나 이런 구속을 견디지 못하는 체질이나 성격을 가진 사람, 상대와 호흡을 맞추기 어려운 사람은 사랑했다는 이유로 견딜 수 없는 질곡에 빠진다. 사랑의 구속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이런 사람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고, 상대와 대화하기 싫어하며, 혼자서 다른 짓을 하다가 결국 다른 이성에 빠져 가정불화를 초래하고 이혼을 당하기도 한다. 불륜의 삼각관계에서 이쪽 저쪽으로부터 구박을 받고 외롭게 된다. 양쪽에서 대우를 받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가면서 양쪽에서 학대를 받는다. 스스로 자초한 재난이기 때문에 주위에서 동정도 받지 못한다.

 

사랑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사랑은 얼마나 감미로운가 보다도 사랑의 구속과 변질에 대한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깊어가는 여름 밤 시원한 강물을 바라 보라. 저 홀로 점점 깊이를 만들고 잘 흘러가는 강물에서 사랑의 철학을 배우자. 겉에서만 보는 강물을 아름답지만, 그 속에는 많은 쓰레기와 아픈 상처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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