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떠난 자리
아무런 준비도 없이
생가슴 앓는 봄을 맞이하는
사랑의 길목에서
사랑의 절규하는 신음을 토해냈다
내 사랑 당신을 위해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채
겨울은 그렇게 떠나가고
다시 봄을 맞이해야 하는
가슴이 아팠다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로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던
나는 그대에게 무엇이었던가
사랑만이 전부라고 믿었지만
그 사랑마저 떠나보내야 하는 죽음보다 더
지독한 형벌이 작별이었다
길 잃은 사슴을 보면서
우리 사랑의 색깔을
다시 그리고
또 그리면서
맹세를 했었지
붉은 노을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리움 때문에
강물 같은 눈물을 흘렸다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
힘들게 만들어 놓았던
우리 사랑의 꽃밭에는
안개초만이 하얀 꽃향기 토하듯
쓰라린 봄비만 쏟아져 내렸다
사랑은 사랑을 찾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동쪽으로 떠나가고
사랑을 잃은 사람들은
그 사랑을 찾으러 또
서녘으로 방랑자가 되어야만 했다
사랑의 흔적을 꽃잎처럼 날리면
울컥 솟구치는 외로움이 가슴을 적시고
뜨겁게 꽃잎을 불러 모으며 ]
삶의 무게를 함께 했던
추억의 끝자락에서 오리는
다시 강물을 본다
다시 강물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