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사 가는 길

겨울 눈꽃 앞에 서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문수사 가는 길목에서
하얀 꽃잎을 본다
창백한 색깔에 가슴이 아프다
눈이 부신 오후에도
나는 꿈에서 너를 만난다

국화꽃이 피어 있던 자리는
하얀 눈꽃으로 덮여 있다
진정 사랑했던 사람
끝내 붙잡지 못해
돌아서야만 했던 그날 밤
가로등도 꺼진 칠흑 속에서
나는 눈물을 쏟았다

참매미 지독하게 울어대던 
그해 여름
진한 녹색의 향연 속에서도
가슴은 미어지고
맺지 못할 인연의 오랏줄이련가
폭풍에 휩쓸리고 부대끼어
우리 사랑은 무너졌다
오로라처럼 쌓아 올렸던 
사랑의 탑은
차디찬 도로 위에 쓰러지고,
흩어지는 바람이 되었다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서글픈 사랑 노래를 불렀다
하나가 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우리는 서로 껴안았다
사랑은 통곡하고
사랑이 떠나가고 있었다
문수사 가는 길에
눈꽃이 흐드러지게
쓸쓸한 가슴팍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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