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은 푸근했다
선명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모호함 때문에 실종된다
한번 실종된 사랑은
안개 속에 묻혀 영원히 잊혀진다
안개와 같던 사랑이
안개 따라 가버렸다
안개 속은 푸근했다
안개를 핑계로
보지 않아도
사랑한다고 믿었다
서로 볼 수 없었던
빈 공간을
안개가 채워주었다
안개가 걷히면
다시 채울 수 없는
삶의 공백을
차가운 비가 대신하고
떠난 사랑은
추억을 잉태한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안개 따라 가버린 사랑이
월광소나타가 들리는 밤에
슬픈 울음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