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일과 심순애의 사랑>
‘대동강변 부벽루에 산보를 하는 이수일과 심순애의 양인이로다. 악수논정 하는 것도 하는 것도 오날뿐이요 도보행진 산보함도 오늘뿐이다. 수일이가 학교를 마칠 때까지 어이하여 순애야 못 참았느냐 남편의 부족함이 있는 연고냐 불연이면 금전이 탐이 나드냐’
고복수와 황금심이 노래한 ‘이수일과 심순애(장한몽)’중 일부 가사다. 옛날 말투라 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세월이 오래 흐르면 언어도 따라 변하는 것이다.
‘돈보다 사랑이 귀한 줄을 어찌 그리 몰랐던고, 돈보고 가는 시집, 얼굴 보고 가는 장가. 그 속에는 옛사랑이 철철 넘쳐 흐를 것이다.
[순애/ 흐느끼며] 수일씨 한번만 용서하세요.
용서가 용서라면 용서하마, 돈 많은 김중배 수봉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돈 많은 김중배 수봉은 낟가오리사지 수봉이건만, 내 수봉은 단돈 십원에 지나지 않은 다 떨어진 작업복이란다.
[순애/ 울면서] 수일씨 가시면 어딜 가신단 말입니까?
예라 이년아 내가 가는 곳은 묻지도 말아라.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물결이 치면 치는대로 능나도 다리 밑을 거니는 수일의 몸이란다. 내가 떠난 후 바람이 불면 나의 한숨인 줄 알고, 비가 오면 나의 눈물인 줄 알아라.
심순애는 이수일의 순정을 버리고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를 택한다. 이수일과 심순애는 세 남녀의 사랑과 좌절을 그린 신파극이다.
사랑은 순수해야 하는데, 물질만능의 세상에서 순정을 지키기도 쉽지 않다. 남녀 사이의 아름다운 사람은 많은 제약과 조건을 초월해야 가능하다. 결국 사랑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자신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이상적인 사랑의 조건이다.
흔들리는 세파 속에서 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풍랑에 휩싸여 방향을 잃고 있다. 바깥 세상에서 잘난 남자와 잘난 여자들을 상대하면서 옛사랑에 회의를 느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 사람들의 겉만 보고, 옛사랑의 속을 버리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잘났건 못났건 한번 맺은 아름다운 인연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짧은 인생 조금 잘 살면 무엇 할까? 세월이 흐르면 다 똑 같이 늙고 추해지고, 병 들고 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일텐 데.
<이별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대답할께요> 나훈아의 구성진 노래소리가 흘러 나오는 밤이다. 나는 눈을 감고 세상이 흘러가는 서글픈 파도소리를 들어 본다. 멀리서 대동강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부벽루에서 울부짖는 수일의 목소리가 강물에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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