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촛불
한 여름밤의 열기에 취하면
우리 찔레꽃을 껴안자
손끝에 피가 나도록
그 진한 향에 취하자
가슴 아팠던 슬픔도
몸부림쳤던 외로움도
모두 잊어버리고
오직 찔레꽃만 바라보자
오늘 이 밤이 깊어가면
촛불을 켜자
심장이 타들어 가도록
그 빨간 불꽃을 마시자
목이 메었던 느낌도
아득했던 이별의 아픔도
모두 가슴에 묻고
오직 촛불만 바라보자
멀리서 별이 반짝이면
우리 강물을 건너자
저 언덕까지 닿도록
거센 물결을 헤쳐나가자
혼자 깊어갔던 추억도
지쳐 쓰러졌던 날들도
모두 뿌려버리고
강물만 바라보자
다시 새벽이 올 때까지
우리 누워서 별을 보자
그토록 흘렸던 눈물도
가슴에 새겼던 미소도
허무하게 무너졌던
그 밤을 기억하고
언약의 탑을 다시 쌓으며
오직 별만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