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에 젖어
가을비를 맞으며
우리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차가운 감촉의 빗물에 기대며
너는 내 가슴 속으로
아주 깊은 속까지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었다
비에 젖은 채
우리는 두 손을 잡고
눈처럼 빛나는 숨결을 느낀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 속에서
‘너는 누구인가’를 중얼거린다
순간 심장이 멎는다
뚝뚝 떨어지는 빗소리에
잊었던 사랑이 되살아나고
솟구치는 핏빛 사랑이 몸부림치며
우리 앞에 우뚝 서있다
비를 따라 밤을 새운다
너를 따라 어디론가 간다
그곳에 이르는 길에서
너는 어느 곳에서 사라지고
네가 남긴 가을비의 추억만
가슴 속에서 저절로
아픈 멜로디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