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 점
눈이 소복히 쌓인 길을 걸어
너에게로 갔다
눈처럼 할 말은 쌓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냥 눈물만 흘렸다
그 밤에는 너도 말이 없었다
무엇 때문에
그토록 답답하고 속상했을까
네가 가슴을 열어도
네가 마음을 다 준대도
서로에게 이르는 강은
꽁꽁 얼어붙고
영하의 빙점 아래서
강물은 흐르지 않았다
다시 겨울 앞에 섰다
계절은 신음소리를 내며
너와 나의 거리를
두 마음이 겉돌고 있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을 견디는 나목 앞에서
사랑은 차가운 북풍을 맞는다
벌거벗은 알몸으로
파도를 타고 멀리 멀리 떠난다
사랑이 닿을 종점에서
가슴과 가슴은 어떤 색깔로 다가올까
낯선 항구에서
술 한 잔을 들고 우리
사랑을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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